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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발행일 : 2022.08.17 / 문화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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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어로 어디론가 간다는 표현을 할 땐 보통 '갈 거(去)' 자를 쓰는데, 집으로 간다는 문장을 쓸 땐 '돌아올 회(回)'를 쓴다. 회사를 다녀오든, 수퍼를 다녀오든, 여행을 다녀오든 집이란 결국 돌아가는 곳이란 뜻이다. 언젠가 일기를 쓰며 '제주에 가면 난 무엇을 해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끄적이다 '제주에 돌아가면'으로 고쳐 썼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릴 적 육지로 나가고 싶어 했다.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욕망은 섬 태생의 숙명이거니 생각했다. 부모님과 사촌들이 귤밭에서 일하거나 제주에서 직장을 얻어 제주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할 때마다 울면서 뛰쳐나갔다. 이루고픈 꿈이 있어 육지로의 상경을 갈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섬에서 나가는 행위 그 자체를 원했을 뿐이다.

    그렇게 바라던 육지로 올라온 지 15년이 지났다. 한데 이제 와 '도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 뭍에 살면서 수시로 바다를 찾아 서핑을 하게 된 것은 섬 사람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집안 어른들은 이제 내가 서울서 회사를 아주 오래오래 다니기를 바라신다.

    소설이나 영화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보면 주인공은 대부분 본인이 속했던 곳과 다른 곳으로 떠나며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과거와 달라진 존재가 되어 처음 자신이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 구조를 공부하며 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왜 다시 돌아가야만 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또 다른 사건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

    이것은 고향 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내 나름대로 붙인 정당한 이유다. 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냐 누가 물어오면, "스토리텔링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답할 요량이다. 그리고 하나 더,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어디론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두기 위해서다. 인생은 길고, 즐거운 사건은 언제나 환영이다!
    기고자 :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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