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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놉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8.17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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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O가 몰고오는 미지의 공포… 스필버그의 작품이 떠오르네

    영화 '겟 아웃'과 '어스'의 조던 필(43) 감독은 공포 영화의 장르적 공식에 묵직한 메시지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17년 장편 데뷔작이자 출세작이었던 '겟 아웃'에서는 인종 차별의 암울한 현실이었고, 2019년작 '어스'에서는 분신(分身)으로 표현되는 자아의 이중성 문제였다. 어쩌면 '식스 센스'와 '싸인'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이후 가장 충격적인 데뷔였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변형해서 '조동필'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17일 개봉하는 그의 세 번째 연출작 '놉(Nope)'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몰린 것도 자연스러웠다. '겟 아웃'의 주연으로 명성을 얻은 흑인 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이번에도 주인공 목장주 역을 맡았다. '미나리'와 '버닝'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도 인근 놀이동산 주인이라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참여해서 화제를 모았다.

    미국 시골 목장의 상공에 비행접시를 닮은 미확인 비행 물체(UFO)가 출현한다는 설정 자체는 비교적 단순 명확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그 이면의 복선이나 반전일 것이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오물을 네게 던져서 너를 부끄럽게 하고 구경거리가 되게 하겠다"는 구약성서 '나훔서' 3장 6절은 영화 전체의 향방을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장르 영화의 어법을 충실하게 따르는 듯하다가 중반 이후 과감하게 이탈하거나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조던 필 영화의 쾌감이자 매력. 이번에도 SF와 공포, 서부극까지 다양한 장르들을 첩첩이 포개 놓았다. UFO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서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초반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작 '미지와의 조우'나 샤말란의 '싸인'을 연상시킨다.

    기존의 갈등 구도가 한꺼번에 뒤집히는 듯한 전개 방식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다만 그 추상 수준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유보적 감정이 남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영화광들은 감독의 세 번째 걸작이라는 찬사를 보내겠지만, 대중적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결말을 시시콜콜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하면, 명성에 대한 집착이 극에 이른 온라인 세상에 대한 비판, 또는 할리우드 영화 관행에 대한 자기 비판적 반성이자 풍자로 이해할 수 있다. UFO의 일부가 촬영 장치의 조리개를 닮은 것도, 치열한 마지막 전투의 무기들이 디지털이 아니라 대부분 아날로그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화 속의 허공(虛空)은 온라인 세상에서 판치는 허명(虛名)의 은유일 것이다. 첫 장면의 구절이 일러주듯이 진정한 '오물'은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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