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무너지는 필수 의료] (中) 초고속 고령화

    김경은 기자 최은경 기자 안영 기자

    발행일 : 2022.08.17 / 종합 A2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늙어가는 의사들… "10년내 수술대란 온다"

    고려대안산병원 흉부외과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1명뿐이다. 당직을 맡아야 할 전공의가 없다 보니 4명뿐인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외래진료까지 하는 상시 과부하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동국대경주병원 흉부외과 김수성 교수는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도 '전공의 1년 차' 인생을 살고 있다. 1985년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고 1994년부터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면 병원에서 잠을 잔다.

    우리나라는 2년쯤 뒤면 국민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된다. 사회 전체 고령화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이른바 필수 의료 부문 의사들 고령화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 평균 연령은 2020년 47.9세로, 2010년(43.8세) 대비 10년 만에 4.1세 증가했다. 지역별 격차도 눈에 띈다. 서울 의사 평균 연령은 45.7세로 가장 젊지만, 경북은 50.9세다.

    어렵고 복잡한 수술을 하는 기피 과(科)일수록 의사 고령화가 심하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발표한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현황'을 보면, 현재 진료를 하는 65세 미만 흉부외과 전문의는 1161명, 이 중 60.8%(707명)는 50세 이상이다. 올해 흉부외과에 충원된 전공의는 23명으로 정원의 35%에 그친다. 의사가 일시에 사라져버리는 '세대 단절'도 우려된다. 현직 흉부외과 전문의의 28%에 달하는 436명이 10년 내에 정년 퇴직하는데 젊은 의사 충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은 필수 의료 분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경외과계에 따르면, 개두술(開頭術)이 가능한 전국 병원 전문의 가운데 50% 정도는 50대 이상이다. 반면, 2011~2020년 사이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은 26% 감소했는데 흉부외과 진료 수요는 크게 늘었다. 뇌혈관외과도 의사는 많지 않은데 고령화 영향으로 뇌동맥류 개두술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 개두술 환자는 2017년 9469명에서 지난해 1만3769명으로 4년 새 45% 증가했다. 이런 수술은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3시간 이내에 대처해야 해 가까운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개두술 의사는 큰 병원에만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의대 정원은 2500명에서 3458명으로 늘었지만 한 해 배출되는 외과 전문의는 220명에서 140명으로 줄었다. 외과계에서는 앞으로 10년 뒤면 맹장이 터져도 응급 수술할 의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인구 160만 명인 충북 지역에서 대장이 터진 중증 환자를 응급 수술할 수 있는 곳은 충북대병원뿐이다. 수도권 한 병원장은 "수술과 외래진료가 급증하지만 의사들 고령화가 지속되면 의사는 과로에 시달리고 환자 만족도는 떨어져 10년 뒤엔 '수술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갑상선, 구강, 후두 등 종양 치료와 수술 등을 담당하는 두경부외과도 젊은 의사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코·귀 전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 개원이 어려운 데다 365일 수술 대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두경부외과 전문의 154명 가운데 28명(18.2%)은 10년 내, 이 중 17명(11%)은 5년 내 은퇴할 예정이다.

    비(非)인기 분야일수록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최근 마취통증의학과는 '통증 관리 클리닉' 분야로 인력이 대거 쏠리지만, 정작 수술에 필수인 '마취' 분야는 젊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마취통증 전문의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도 65세로 정년퇴임한 마취과 교수들을 촉탁의나 진료 교수로 다시 고용하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그래픽]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과 폐엽 절제술 추이 / 지역별 의사 평균 연령
    기고자 : 김경은 기자 최은경 기자 안영 기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87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