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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미야케 이세이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발행일 : 2022.08.16 / 특집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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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의 건축가'로 불린 패션 디자이너… 잡스가 똑같은 옷 100벌 주문했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미야케 이세이(三宅一生·84)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어요. 그가 창립한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는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 인정받은 아시아 패션 브랜드로 꼽혀요. 세계 패션계에 파장을 가져온 그의 생애에 대해 알아볼까요.

    본명이 미야케 가즈나루인 그는 1938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어요. 1945년 8월 6일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진 날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미야케는 이 사건으로 골수염을 앓다가 후유증으로 평생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지게 돼요.

    이후 그는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패션은 파괴가 아니라 기쁨을 주는 '창조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1965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납니다. 패션 명문인 파리의상조합학교에서 공부하고 고급 패션 브랜드 '기라로쉬'와 '지방시'에서 견습생으로 일했어요.

    1971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를 발표합니다. 일본 전통 복식인 기모노를 새롭게 해석해 1973년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파리 패션쇼에 데뷔하게 되죠. 당시 서구에서는 정교한 재단과 바느질로 몸에 딱 맞는 옷을 만들고 여기에 신체를 넣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기모노는 옷을 겹쳐 입거나, 끈으로 허리를 묶는 방식을 통해 입는 사람이 옷을 조절합니다. 즉, 미야케의 옷은 몸에 옷을 맞추는 방식이었던 거지요.

    미야케의 옷은 큰 반향을 불렀습니다. 그는 다양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옷을 만드는 모습에 '소재의 건축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요. 특히 미야케는 일본 전통 종이접기 기술인 '오리가미' 방식으로 옷을 만들었어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천을 자르지 않고도 옷의 형상을 만들 수 있었지요.

    1993년 선보인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결합한 세기의 디자인으로 불립니다. 실제 옷의 2~3배 크기 원단을 재단하고 주름을 잡아 압착해 반영구적인 주름을 갖도록 제작하는 건데요. 유려한 형태와 활기 넘치는 색감, 그리고 편안함까지 갖춘 미야케의 옷은 디자이너·건축가 같은 직업군에게 유달리 사랑받고 있어요.

    그의 열성팬 중에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도 있었답니다. 잡스는 미야케에게 한 벌당 175달러(약 22만8000원)를 주고 똑같은 옷을 100벌이나 주문했어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입고 나오던 검정 터틀넥이 바로 미야케의 작품이었던 것이지요.
    기고자 :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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