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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점프와 회전… '마린스키의 별'(세계 최정상 발레단)이 온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8.16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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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김기민

    한국 최고 발레리노를 보고 싶다면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갈 일이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하는 김기민(30)이 '발레 슈프림 2022' 갈라 무대에 오른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마리아넬라 누네즈와 알리나 코조카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도로테 질베르,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이사벨라 보일스턴, 독일 베를린슈타츠발레단의 다닐 심킨 등 명문 발레단의 톱스타 19명이 함께한다.

    김기민은 2015년 러시아 바깥에서 출생한 무용수 중 처음으로 마린스키 수석으로 승급했다. 2016년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수상했다. "이 훤칠한 한국인 무용수는 마린스키의 새로운 별이다. 점프는 경이롭고 회전은 절묘하며 움직임은 우아하다"(미국 뉴욕타임스) "롤스로이스 엔진처럼 돌아가는 매끄러운 회전, 음악성은 그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무용 전문지 '댄스유럽') 같은 평을 받았다. 15일 입국한 마린스키의 왕자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내한 공연은 4년 만이다. 지금 기분은?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것 같다. 지난해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출연이 무산돼 안타까웠다. 전막 발레는 아니지만 갈라로 이렇게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여러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갈라는 전막 공연과 어떻게 다른가.

    "갈라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여주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세상이 빨리 갈수록 예술은 천천히 가야 한다. 나는 소셜미디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짤막한 동영상들은 예술의 적(敵)이다."

    ―내한 갈라 역사상 가장 화려한 출연진이다.

    "이런 무용수들을 서울에 모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해적'과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2인무)를 함께 출 마리아넬라 누네즈는 친하면서도 존경하는 발레리나다. 파트너와의 관계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독무를 망치는 건 덜 아픈데 듀엣에서 실수하면 그날은 잠을 못 이룬다. 발레는 앙상블이 중요한 예술이다. 훌륭한 파트너와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수직 상승한다."

    ―마린스키에서 보낸 10년은 어떤 시간인가.

    "무용수로 성장하면서 마린스키의 역사와 전통이 내 일부분이 된 것 같다. 가장 큰 보물은 발레 없이 못 사는 관객들이다. 마치 물리치료를 받듯이 발레를 꼭 봐야 하는 문화가 있다."

    ―그동안 들어본 최고의 칭찬이라면.

    "발레의 전설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가 내가 주연한 '라 바야데르'를 보곤 안아주면서 '네 춤에서 네 마음이 보였다'고 말했을 때다. 그날 집에서 많이 울었다. 무용수도 가끔은 무너지고 상처받는다(웃음). 나탈리야 마카로바는 나를 '천재 무용수'라 불렀다. 내가 내 춤을 의심할 때 그분들의 격려를 떠올린다."

    ―'김기민만의 발레'를 향한 여정은 어디쯤 와 있나.

    "테크닉(기술)은 완성했고 음악성과 표현력이 폭발하고 있다. 발레 무용수는 28~34세가 전성기라는데 나는 그걸 좀 늦추고 싶다. 마음을 그리 먹어야 더 프레시(신선)하게 춤출 수 있다. 발레는 수명이 짧은 예술이고 난 그 죽음을 가능한 한 미루고 싶다. 최근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그 아픔 또한 더 나은 무용수가 되는데, 아차, 이 말을 빼달라. 하하."

    ―김기민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어떤 목표가 있다면 그것 뒤에 '왜?'라는 질문을 붙이길 바란다. 그럼 그 꿈이 더 확실해질 테고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민감한 질문인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마린스키의 공기는 어떤가.

    "솔직히 답하기 곤란하다. 예술은 정치와 가장 거리를 둬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관객에게 일상을 잊을 시공간을 내어주는 게 극장의 역할이다. 그 세계에 사는 무용수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꺼렸다. 자의든 타의든.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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