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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복지만 10여개… 연금 수령도 62세(기존 67세)로 당겼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8.16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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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리더국' 이탈리아는 왜 유럽의 문제아 됐나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지난 10여 년간 1조8000억과 2조2000억달러 사이를 오가며 정체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빚은 계속 늘어나 벌써 여러 차례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50%로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는 데 GDP의 3.7%, 총 세수의 14%가 투입되고 있다. 국가 신용 등급은 투기 등급보다 겨우 두 단계 높은 'BBB' 수준이다. 그런데도 복지 지출은 GDP 대비 28.2%로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뛰어넘는다.

    포퓰리즘 복지 정책과 경직된 노동 시장, 정부 부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통해 이탈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등은 "1~2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 기본 소득과 연금 혜택, 사회 보장 확대 등의 정책은 좌우를 안 가리고 계속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GDP 대비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의 1.4배, 한국(12.2%)의 2.3배다.

    이탈리아가 그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이 과도한 국가 부채로 신용 등급이 급락하고 부도 위기에 몰린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 수차례 연금 개혁과 복지 축소를 시도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복지에 익숙해진 국민의 저항으로 실패하거나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계속 발생했다. 연금 수령 연령(정년)의 경우 기존 60세였던 것이 2007년 65세로, 또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 67세로 늦춰졌지만, 2018년 좌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M5S)이 극우 동맹(Lega)과 손잡고 이를 2021년 말까지 62세로 환원시켰다. 다시 총선이 다가오자, 표에 눈먼 좌우 정당들은 일제히 정년을 다시 영구적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복지에 들어가는 돈은 결국 국민에게 걷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Confindustria)에 따르면, 일반 정규직 근로자 월급의 60%가량이 연금과 각종 사회보험료, 세금으로 나간다.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40%에 불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턱없이 부족한 소득 때문에, 기업은 높은 인건비로 인해 양쪽 모두 고통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바로 이탈리아 경제의 국제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대기업들은 계속 (인건비가 싼) 동유럽 EU 국가로 빠져나가고,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려 더욱 경직된 노동 정책을 요구했다"며 "결국 이탈리아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고통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남아 있는 기업들마저 복지 부담을 피하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단기 고용만 하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 실업률(6월 기준)은 8.1%로, EU 평균(6.0%)보다 크게 높지 않지만, 청년 실업률(4월 기준)은 23.8%로, EU 평균(13.8%)의 1.7배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그러나 경제 개혁과 노동 시장 개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 소득을 늘리는 정책 대신, 포퓰리즘 복지 정책으로 국민과 청년층의 불만을 막아왔다.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 새로 생긴 현금성 복지 제도만도 추가 노령 수당(2015년), 청년 문화 수당(2016년), 청년 주거 수당(2017년) , 저소득층 수당(2018년) 등 10여 개다. 경제 활력은 계속 떨어지고, 나랏빚만 자꾸 늘어나는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와중에 매년 수십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은 133만명이 넘는다. 자신이 낸 세금이 이들을 구제하는 데 쓰이고, 일자리마저 뺏긴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탈리아인들은 급격하게 극우로 기울고 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문제의 원인을 EU와 세계화, 불법 이민 등으로 규정하고 '위대한 이탈리아의 재건'을 외치는 극우의 접근 방식이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이탈리아 명목 국내총생산(GDP) 추이

    [그래픽] 국가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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