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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생에너지만 써야 한다는 'RE100'은 탈원전의 다른 얼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발행일 : 2022.08.15 / 여론/독자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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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을 아는지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원전은 RE100에 포함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RE100은 기업들이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환경 단체는 RE100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우리 기업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두고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하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재생에너지 장사에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첫째, RE100의 오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목적이고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은 그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같이 일조량과 풍력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다.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원자력발전이다. 그런데도 원전을 배제시키는 건 잘못이다. 위험하다는 착각 때문이다. 외국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원자력발전을 택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재생에너지라는 답을 미리 내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RE100은 실현 불가능하다. 현재 기술로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망의 20%를 초과하면 안정된 전압과 주파수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100%로 한다는 것은 실현성이 없는 말이다.

    넷째,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생산된 전기가 같은 전력망을 통해서 공급되는데 여기서 나만 재생에너지만을 썼다고 우길 수 있나. 열 명이 대서양을 건널 때, 디젤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돛을 설치했고 그 결과 10% 정도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하자. 승선자 가운데 한 명이 "너희 아홉 명은 모두 디젤 연료를 태워서 온 것이고 나는 전적으로 풍력으로만 배를 탄 것이다"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섯째, 이것은 시민운동이어야지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RE100이 중요해서 기업에 강제할 것이라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규제해야 한다. 법에는 없는데 사회운동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근대적 행정이다. 그러나 입법할 수 없는 까닭은 법으로 규제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RE100 인증 자체도 사업화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력원가의 폭등, 한국전력의 적자, 저밀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국토의 황폐화 등 예상되었던 모든 일이 발생했다. RE100은 탈원전 정책의 남은 뿌리와 같다. 구글(Google)은 2018년 10월 CF100(무탄소·Carbon Free)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을 모두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며 여기에는 원자력발전도 무탄소 전원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재생에너지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가장 효과적이다.
    기고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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