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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를 추적하다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8.15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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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풍선과 소녀' 파쇄로 유명

    '얼굴 없는 화가'는 치열한 반항 정신일까, 영리한 마케팅 수단일까. 얼굴과 본명을 드러내지 않는 영국 미술가 뱅크시(Banksy)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왔다. 당시 낙찰 가격만 104만파운드(약 16억원).

    하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건 그 다음이었다. 낙찰과 동시에 액자 내부에 미리 설치한 파쇄기로 그림을 세절(細切)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 실시간으로 작품이 파쇄되는 모습을 지켜본 경매 관계자와 응찰자들이 경악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역설적으로 절반쯤 잘려 나간 이 작품은 현재 20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았다.

    최근 개봉한 '뱅크시'(감독 엘리오 에스파나)는 온갖 기상천외한 기행으로 화제와 논란을 뿌리고 다니는 뱅크시의 삶과 예술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이전부터 그는 런던과 뉴욕의 미술관에서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파격적 행동을 선보였다.

    뱅크시의 작품들이 피카소나 워홀 같은 선배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철저하게 거리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 영국 남서부 항구 도시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그는 지하철과 거리의 담벼락에 스프레이를 뿌려서 그림과 서명을 남기는 '그라피티' 미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라피티는 음악의 비트를 만드는 DJ, 랩을 읊조리는 래퍼, '비보이'로 불리는 춤꾼과 더불어 힙합의 4대 요소로 불린다. 하지만 거리 미관을 해치는 범죄와 새로운 예술 사이에서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등장할 때부터 기존 예술에 질문을 던지고 시비를 거는 반항아였던 것이다. 작품에도 반전(反戰)과 탈권위주의 같은 사회적 의식을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 초기의 아웃사이더도 새로운 주류로 편입되게 마련이다. 뱅크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술관 전시는 결코 없을 것"이라던 청년 시절의 다짐도 2000년대 들어서 세계 전시회에 초대받고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면서 조금씩 무색해졌다.

    그는 미술품이 자산(資産)과 동의어가 되는 예술의 상업화를 날카롭게 풍자했지만, 역설적으로 미술 시장은 그의 퍼포먼스마저 또 다른 상품으로 만들었다. 과연 초기의 저항 정신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큐는 21세기 예술의 향방에 대한 해답보다는 질문에 가깝다. 1시간 52분의 이번 다큐에서도 뱅크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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