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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나라의 음악축제 키워드는 '친환경'

    헬싱키=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2.08.15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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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플로 페스티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2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8시 핀란드 수도 헬싱키 북동쪽 폐기된 발전소 터 '수빌라티(Suvilahti)'. 나이지리아 출신 래퍼 '버나 보이(Burna Boy)'가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대사를 활용한 곡 '디퍼런트 사이즈(Different Size)'를 노래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에드 시런 등과 협업한 버나보이는 최근 전 세계 유행 중인 '아프로 비트(아프리칸 리듬)' 장르의 떠오르는 스타. 아직 아시아 투어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아 내한 공연을 보기 힘든 가수다.

    이날 버나보이가 선 '플로(Flow) 페스티벌'은 '북유럽 최대 규모 야외 음악 축제이자 가장 혁신적인 축제'로 불린다. 2004년부터 매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로 일일 3만명, 사흘간 약 9만 관중을 끌어모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개최된 올해 축제에선 1990년대 브릿록 전성기를 이끈 '블러'와 '펄프'의 프런트맨(메인 보컬) 출신인 데이먼 알반(밴드 고릴라즈)과 자비스 코커(밴드 자브이즈), 영국 인기 록 밴드 '플로렌스 앤드 더 머신' 등 유럽 내에서도 보기 힘든 150팀이 공연에 섰다.

    그러나 이 축제가 주목받는 건 화려한 출연진 때문만이 아니다. 핀란드는 유엔(UN·국제연합) 산하 SDS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서 매년 세계 146국에 대해 평가하는 세계행복지수에서 올해 5년 연속 1위(10점 만점 7.8점)를 기록했다. '지속가능' '공생' '친환경' 등 플로 축제가 전면에 세운 주제들은 '행복한 나라 핀란드' 비결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다.

    ◇'휠체어' '어린이'가 낯설지 않은 축제

    이 축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휠체어' 그림이 그려진 풍선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입구는 물론 관중석과 화장실 구역에 마련된 휠체어 전용 입장 경로를 풍선으로 표시해둔 것. 질환이 있는 경우, 미리 요청해 '빠른 입장' 카드를 받아 놓으면 화장실 대기줄 가장 앞줄에 설 수도 있다.

    매년 8월 중 일요일로 지정하는 이 축제 마지막 날은 유독 '어린이'들이 많아진다. '가족 일요일(Family Sunday)'이라 이름 붙인 이날만큼은 티켓(올해 1일권 기준 115유로·약 15만원) 구매자들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12세 이하 어린이를 무료 동반할 수 있다. 10세 DJ 카스페리 등 어린이 뮤지션들의 음악 공연도 개최한다. 축제 설립자인 수비·투오마스 칼리오 부부가 "우리 스스로 아이를 낳아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며 시작한 전통. 플로 페스티벌 관계자는 특히 "모든 출연진의 남녀 성비도 최소 50대50으로 맞추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날 축제를 찾은 독일 출신 블로거 줄리안 로이터는 "같은 유럽 내에서도 축제 간판 공연자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탄소 배출 감소 연구하는 음악 축제

    이 축제에서 '가금류와 붉은 육류'는 찾아볼 수 없다. 2009년부터 축제 기간 배출된 탄소 발자국(배출량)을 자체 계산하며 '세계 최초 탄소 중립 축제'로 자처해왔기 때문. 육류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축제장 내 대부분 음식을 콩고기 같은 대체육과 튀긴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혹은 해산물 메뉴로 채웠다.

    이 밖에도 '자동차 주차장' '디젤 전기' '건축물 폐기물'도 이 축제에서 사라진 것들이다. 대신 자전거 주차장을 마련했고, 축제장 내 모든 전기는 핀란드 전기 업체에서 풍력 생산 인증 전기를 구매해 쓴다. 플로 축제 측은 "2019년 축제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이산화탄소 272톤 분량으로, 317명의 승객이 헬싱키와 방콕 간 왕복 항공편을 탔을 때 배출되는 양과 같다"고 했다.

    ◇지속 가능 축제, 국내에도 수혈돼야

    공연 전문가들은 이 축제가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장소의 상징성 덕분도 크다"고 평가했다. 버려진 폐발전소를 재활용하고, 낙후된 주변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지금의 개최지 '수빌라티'를 계속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영국 유명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미국 최대 야외 음악 축제 '코첼라' 등도 개최지 고유의 역사를 축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록 페스티벌 등을 제외하고는 개최지 연고를 오래 간직한 축제를 찾기 힘들다. 인재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은 "우리도 이젠 지속 가능한 축제의 미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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