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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산어촌유학'과 '만5세 입학' 뭐가 다른가

    김은경 사회정책부 기자

    발행일 : 2022.08.15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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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초등학생 농·산·어촌(農山漁村) 유학을 '준(準)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가 빈축을 사고 해명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8일, 조 교육감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딩 교육과 함께 농산어촌 유학을 준의무화할 생각"이라고 밝히면서다. 농산어촌 유학은 서울 초등학생이 한 학기나 1년 동안 전남 등 농산어촌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숙소와 경비를 지원하는 교육청 사업이다. 그는 "요즘 도시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크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생태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가 나오자 서울 학부모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맘카페에는 당장 "부모가 생업을 버리고 같이 갈 수도 없는데 초등학생을 어딜 혼자 보내냐"는 걱정이 튀어나왔다. 특히 '준의무화'라는 표현이 혼란을 부추겼다. "'준의무화'는 무슨 말장난이냐" "혹시 완전 의무화하기 전 단계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조 교육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몇 가지 오해가 있어서 설명을 드린다"며 해명했다. 그는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농산어촌 유학을 강추(강력 추천)한다는 것이지 희망하지 않는 학생에게 의무화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해명을 하나 싶던 그는 갑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농산어촌 유학은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며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참여자가 많이 늘었다. 이렇게 좋은 정책이 앞으로 더 확대되면 좋겠다는 등 희망 사항을 줄줄이 적어 내려갔다. 마지막엔 "농산어촌 유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끝을 맺었다. 해명은 다섯 줄인데 '광고'가 스무 줄이 넘었고, 사과는 없었다.

    학부모들은 서울시 교육청이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려 하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에 빠졌다. 교육청 직원들은 "준의무화가 대체 뭐냐"는 문의가 쇄도하자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데 이 모든 혼란을 불러일으킨 조 교육감은 마치 이런 논란을 기다렸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정책 홍보에 나선 것이다.

    '준의무화'라는 말이 실수였는지, 여론이 나쁘자 수습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그의 말 한마디에 학부모들은 가슴이 철렁한다.

    조 교육감은 얼마 전 '만 5세 입학' 논란을 빚은 교육부를 향해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 준다"고 질타했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을 자신도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
    기고자 : 김은경 사회정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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