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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결제, 하청기업 15만곳 혜택

어음과 비슷하지만 하청 기업의 신용도가 아닌 원청 대기업의 신용도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생결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5년 도입 첫해 24조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140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1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기준 원청 기업(공공기관 포함) 559곳이 채택해 하청 기업 총 15만5000여 곳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 부처 중에는 상생결제를 채택한 곳이 없다. 작년 10월부터 관련법 개정으로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 실적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해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쇄 부도 가능성 차단 장점도 있어

상생결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서 규정한 내용대로 은행들이 만든 상품이다. 어음과 유사한 성격이 있는 매출 채권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음과 달리 하청 업체가 원청 대기업의 신용도로 매출 채권을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청 업체가 원청 기업에 납품하고 1000만원 매출 채권을 받고 약속한 현금 지급일(60일 이내)을 기다리거나 자금이 필요한 경우 할인받아 현금화할 수도 있다. 예컨대, 어음이라면 하청 업체가 신용도가 낮을 경우 900만원도 받기 어렵지만, 상생결제는 원청 대기업의 신용도로 할인을 받아 950만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

또, 1차 하청 업체뿐 아니라 2차 이하 하청 업체들도 원청 기업의 신용도로 할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원청 대기업이 거래 은행에 매출 채권 한도를 100억원으로 하면, 1 ~ 4차 하청 업체는 각자 받을 대금을 받아갈 수 있다.

원청 기업이 부도나도 은행에서 하청 업체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도 어음과 차이점이다. 어음은 원청이 도산할 경우 어음을 할인해준 은행 등이 어음에 배서(背書)한 하청들을 상대로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60일 이내 지급 현금 거래보다 신속

상생결제가 현금 지급보다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납품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 원청 기업은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에 따르면 60일 이내 지급하면 된다. 하청 업체 입장에서는 최장 60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자금이 필요하면 하청 업체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상생결제는 원청 기업에서 은행에 납품 대금만큼 매출 채권 한도를 설정해 두면 지급 기일 이전이라도 할인받아 현금을 쥘 수 있다. 상생결제는 2015년 출범 이후 단 1건도 미지급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중기부는 결제 기간 장기화, 연쇄 부도 위험 등을 감안해 어음의 단계적인 폐지를 추진 중이다.

◇도입 장려한 정부는 채택 안 해

상생결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작년 10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예산을 상생결제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부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실적은 없다. 새 정부에서도 국정 과제에 '상생결제 활성화'를 포함했다.

그러나 막상 정부 부처 중 이를 이용하는 기관은 아직 1곳도 없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조만간 도입을 준비하는 정도다. 중기부는 지자체에서도 상생결제가 확대되도록 행정안전부에 "지자체 평가에 상생결제 이용 실적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자체는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상생결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적임인데, 지자체들이 이 제도를 생소하게 생각하다 보니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들은 대부분 현금이나 전자 어음으로 거래하고 있는데 상생결제로 돌리면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2차 이하 하청 업체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상생 결제 연도별 운영 실적 / 상생 결제와 현금 결제 비교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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