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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러 공군기지 폭발… 확전 도화선 될까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8.12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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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기 8대 정밀파괴, 美위성 확인
    WP "우크라 특수부대가 공격"
    러시아는 "탄약고 폭발 사고"

    러시아가 점령 중인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사키 공군 비행장에서 지난 9일(현지 시각) 대규모 폭발이 발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단순한 탄약고 폭발 사고"라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도 자국군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당초 러시아 발표보다 더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순 사고가 아니다"라는 관측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2014년 이후 이 지역 군사 시설이 큰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의 대규모 보복 작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사키 공군 기지에서 2분간 10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타스통신은 "기지 건물 일부가 파괴돼 1명이 숨지고, 폭발의 여파로 아파트 건물 62채와 상점 20채가 피해를 입으면서 어린이를 포함, 10여 명의 민간인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에 대해 "기지 내 탄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벌어진 폭발 사고로,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탄약고가 부서진 것 외에 전투기나 군 장비 손실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키 공군 기지의 폭발 사고 전후 위성사진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러시아군 발표보다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비행장 서쪽 포장도로에 커다란 폭발 구덩이 3곳이 생겼고, 수호이(Su)-24 및 Su-30 전투기 최소 8대가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NYT는 "대략 5억달러(약 6500억원)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탄약고 폭발만으로 이 정도 피해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 "이번 폭발과 우크라이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AP통신은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사키 기지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점이다. 이 기지는 크림반도 서부 해안 노보페도리프카에 있다. 러시아 흑해 함대의 모항(母港)인 세바스토폴에서 북쪽으로 불과 50㎞ 떨어진 곳으로, 주변 방공(防空) 임무를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헤르손과는 불과 180여㎞ 거리로, 이 지역에 대한 폭격 임무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우크라이나군의 타격 대상이 될 만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번 폭발이 크림반도 내 친(親)우크라이나 저항 세력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크림반도 공격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대국민 동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크림반도의 해방으로 끝나야 한다"며 크림반도 수복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사키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사거리 200㎞ 넵튠 대함 미사일 또는 사거리 300㎞ 하푼 대함 미사일을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발사했다"는 추정 보도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확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사키 공군기지 위치도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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