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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25만명의 '오뚝이' 사장님들을 보고 싶다

    이진석 경제부장

    발행일 : 2022.08.11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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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분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김 사장님과는 결국 연락이 닿질 않았다. 10년 전 정부가 '중소기업 재창업 지원 1호'로 선정했을 때 통화한 적이 있다. "마흔일곱 제 인생의 '패자부활전'입니다. 두 번 쓰러지지는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4년 전 부도로 남은 12억원이 넘는 빚 가운데 이자를 모두 감면받았고, 정부에서 채무 원금도 절반인 6억2000만원으로 줄여줬다고 했다. 기업은행에서 대출해주는 재창업 지원금 1억원으로 서울 당산동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도 2명 채용해 온라인 영어 교육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너무 고맙다"는 말을 10번쯤 했던 것 같다.

    한 달쯤 전 정부가 2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총 12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궁금해졌다. 전화는 번번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됐다. 그래서 금융위에 부탁했는데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해당 건은 다음 해인 2013년 조정된 채무도 변제를 하지 못하여 약정이 실효되었고, 이후에는 관리하고 있지 않아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 등이 1호로 선정했으니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1년도 못 버텼다고 했다. 재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번 무릎이 꺾여본 사람들은 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빚을 50%나 탕감받아도 어려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정부가 새출발기금이라는 이름으로 30조원 정도를 조성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90%까지 채무를 탕감해준다고 한다. 25만명 정도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과도한 탕감은 문제가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손실 부담이 크다"며 탕감률을 50%로 낮추자고 했다. 이자 장사로 지난해 3조~4조원씩 번 큰 은행들이 야박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날벼락으로 불 꺼진 가게, 멈춰 선 공장에서 한숨을 쉬면서 2년 넘게 보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그저 "안됐지만, 어쩌겠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자가 쌓이고 빚더미가 커진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가게 문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30조원은 큰돈이다. 원전 3개를 건설할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25만명을 빚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보다 작은 일은 아닐 듯싶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빚을 못 갚았다고 바로 길거리로 내쫓고 파산시키는 것이 채권자나 국가 입장에서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신용도가 낮고 어려운 이들의 채무는 어떤 식으로든 조정해주고 있다"고 했다.

    "튀어나온 공을 많이 잡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구나."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9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농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리바운드를 해서 다시 한번 슛을 던질 기회가 많아져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대기업가는 한눈에 알아봤던 모양이다. 그냥 두면 주저앉을 자영업자들에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골목 어귀마다, 크고 작은 공단마다 오뚝이 사장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게 되더라도 빚쟁이라는 족쇄를 차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라에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들을 도울 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고자 : 이진석 경제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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