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음수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발행일 : 2022.08.11 / 특집 A26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0'보다 작은 수, 수학자 파스칼은 이해 못했어요

    수(數)의 개념이 생겨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음수'라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만물은 '수'로 이뤄져 있다"고 말할 만큼 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며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언급한 '수'도 '양수'만을 의미하는 것이었지요.

    0보다 작은 음수의 개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근대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는 음수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계산기를 발명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그의 유고집 '팡세'(Pensées)에서 "나는 0에서 4를 빼면 0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썼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뺀다고 해도,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말한 거예요. 음수인 '-4'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죠.

    그 이후에도 음수는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다가,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양수와 음수를 수직선에 대응한 엄밀한 음수의 개념이 생겨났어요. 원점을 0이라고 할 때 오른쪽으로 가는 수를 +1, +2, +3 등으로 표현하고, 왼쪽으로 가는 수는 -1, -2, -3 등으로 나타낸 거예요. 그렇게 원점을 중심으로 대칭 관계를 가지면서 음수가 드디어 수학의 개념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수학의 특징 중 하나는 보편성이 있다는 거예요. 수학적 보편성이란 문화적 차이 등과 무관하게 2 더하기 2는 4라는 수식을 전 세계가 타당하다고 여긴다는 의미입니다. 음수의 개념이 도입되며 수학적 보편성은 더욱 확대됐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학이나 물리학 등 많은 학문의 기초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보편성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입니다. 그는 "우리 삶에서 2 빼기 2가 늘 0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어요. 그는 설문 조사를 통해 심리학적으로는 2 빼기 2가 0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요.

    그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합니다.

    〈경우 1〉 A자동차의 인기가 폭발하자 자동차 판매자는 정가에 팔던 차를 200달러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경우 2〉 A자동차의 인기가 폭발하자 자동차 판매자는 200달러 할인해서 팔던 자동차를 정가에 판매한다.

    두 경우 모두 구매자는 이전보다 200달러를 더 주고 사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 번째 경우보다 첫 번째 경우를 더욱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 200달러 손실이 나는 것과 할인을 받지 못하게 돼서 200달러만큼의 이득이 감소하는 것은 수치상으로 같지만, 심리상으로는 전자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세일러의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이 시기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수학적 보편성이 '심리적으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에요. 경제학은 수학적 보편성을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며 다른 요인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한 거지요. 세일러는 이런 연구 결과 등을 인정받아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답니다.
    기고자 :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5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