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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슬로프 내려오는 5분 경영과 같아… 앞만 봐선 충돌

나는 지금도 스키 연습을 한다. "한여름에 무슨 스키냐"고 생각하겠지만 겨울에 잘 타려면 봄, 여름, 가을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장비를 갖춰서 연습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여의도 주변 한강공원을 걷고 뛰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것이다. 하체가 탄탄해야 스키를 조금 더 안정감 있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만 되면 매주 한두 번씩은 스키장에 갈 정도로 스키에 빠져 산 지 벌써 34년째다. 1985년 대신증권에 입사하고 3년 뒤 지점에서 근무할 때 직원들과 처음으로 스키장에 갔는데, 이때부터 매년 겨울 스키장에 갔다. 3년 전까지 증권사에서 일했으니 스키를 탄 기간과 증권사에서 일한 기간이 34년으로 똑같아졌다.

스키의 매력에 빠진 건 스키를 탈 때만큼은 머릿속이 비워지기 때문이다. 증권맨은 평일에 빠르게 돌아가는 시황에 영업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눈떠 있는 시간이 초긴장 상태의 연속이다. 이런 스트레스를 주말 스키로 날릴 수 있다.

스키는 경영과 닮았다. 스키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5분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고, 앞만 봐서도 안 된다. 내 앞에 놓인 길에 얼음이 얼거나 돌부리가 나와 있는 곳은 없는지, 주위에 험하게 타거나 스키에 서툰 사람은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 없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거나 내 실력을 과신하면 안 된다. 사실 30대 때 내 경험이기도 하다. 당시 처음 스키를 타면서 여러 기술을 배우다 보니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내려오는 게 멋있어 보였다. 내 자세에만 집중하면서 한껏 속도를 내며 내려오다 보니 다른 사람이 접근하고 있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늦었고, 결국 충돌 사고가 나 눈 위에서 몇 바퀴를 굴렀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 끝나 천만다행이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경험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항상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봐야 하고, 끊임없이 내 실력도 갈고 닦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는 건 정말 순식간인데, 경영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십상이다.

스키 탄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간 사람들을 가르칠 일도 많아졌다. '선무당'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얼마 전에는 스키 강사 자격증도 땄다. 자격증 시험을 보면서 기초부터 다시 연습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이제 웬만해선 스키를 타다 넘어지지 않는다. 스키든 경영이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기고자 :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정리=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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