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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사라진 칠면조를 찾아야하는 이유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발행일 : 2022.08.1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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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베두인족 노인이 칠면조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칠면조가 사라졌다. 그는 아들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는 큰 위기에 처했다. 어떤 놈이 내 칠면조를 훔쳐 갔다." 노인은 "내가 칠면조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둑맞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며, 당장 칠면조를 되찾아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깟 칠면조 한 마리가 뭐라고 이 난리란 말인가. 아들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조금 지나자 낙타가 사라졌다. 당황한 아들들에게 노인은 똑같은 말을 했다. "어서 칠면조를 찾아라." 몇 주 후에는 도둑들이 말을 훔쳐가더니, 급기야는 노인의 딸, 아들들의 누이가 강간을 당했다. 길길이 분노하고 날뛰는 아들들을 향해 노인은 일갈했다. "이 모든 것이 칠면조 때문이다. 놈들이 칠면조를 빼앗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중동 특파원으로 명성을 날리던 무렵 쓴 책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에 등장하는 일화다. 누군가 내게 의도적으로 손해를 끼쳤다면 하찮은 것이어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베두인족을 비롯한 여러 아랍 민족이 지니고 있는 호전적 태도 및 복수 중심 윤리관을 미국인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보편적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핵심적 가치를 잃거나 원칙이 흔들린다면 장기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칠면조 한 마리에 불과하다 해도 도둑맞았다면 되찾아와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한번 호구로 낙인찍히면 점점 더 회복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 사소한 것부터 되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다. 취임 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매우 못함'이라 평가하는 적극적 반대층은 30%를 넘어섰다. 보수와 중도로 이루어진 선거 연합이 허물어지는 동안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부활했다는 뜻이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여의도 정치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이준석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얼굴에 먹칠을 한 탓이라고 말이다. 반대로 이 대표를 옹호하는 이들은 '윤핵관의 무리한 이준석 찍어내기가 화를 불렀다'고 답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는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자꾸 눈에 띄면서 국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탓이라 할 사람들도 있겠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 지구적 물가 폭등 영향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 그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칠면조는 어디 있는가? 얼핏 보면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교두보를 빼앗긴 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새 정부의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단 한 문제, 그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바로 그 칠면조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의 위기에 몰린 것은 취임 후 여태까지 특별감찰관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이라는 제도 자체에 엄청난 힘이 있어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며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야권에는 윤 대통령이 부인, 더 나아가 어떤 역술인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인 양 비방하는 이가 많다. 그러한 음해와 중상은 윤 대통령의 '정의로운 강골 검사' 이미지를 좀먹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2019년 국정감사에서 잘 지적했다시피 특별감찰관은 권한·인력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지만, 그 자리를 비워둔 채 시간을 끄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대통령 친인척 감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한 '법과 원칙' 같은 말은 그저 공허할 뿐이다.

    이런 상황은 야당에 꽃놀이패다. 지금은 몇몇 야당 의원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막상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추천을 미루거나 난감한 인물을 들이밀 수도 있다. 끝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권과 대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자들이 바로 칠면조 도둑이다. 더 늦기 전에,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기 전에, 윤 대통령은 칠면조를 찾아야 한다.
    기고자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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