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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 무기에 서방제 부품 무더기로 사용"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8.10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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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보고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 중인 최신 무기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비롯한 서방제 부품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대(對)러 제재 조치가 무색하게 서방 기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상당한 기여를 해 온 셈이다.

    RUSI는 이날 '반도체 생명선: 러시아 전쟁 기계의 핵심을 차지한 서방제 전자 부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회수한 러시아 무기와 군수품 27점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최소 450개의 부품이 미국과 일본, 대만, 독일, 한국 등 서방국가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미국 기업 부품이 317개로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EU) 45개, 일본 34개, 대만 30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등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군이 정찰용으로 사용한 '올란(Orlan)-10' 무인기의 경우 비디오 카메라는 일본 소니, 카메라 수평 유지 장치는 미국 헥사트론 제품이었다. 비행 통제 장치와 엔진에는 각각 유럽 ST마이크로닉스와 일본 사이토제작소 제품이 쓰였다. 또 무선통신 장치에는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스사의 칩셋과 한국 기업이 만든 위상동기회로(PLL)용 반도체가 들어있었다. RUSI는 한국 기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중·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산 최신 반도체 부품이 없으면 제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9M727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잔해에서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와 AMD, 사이프러스세미컨덕터의 부품이 나왔다. Kh-101 라두가 공대지 순항미사일에서도 미국 인텔과 자일링스의 최신 반도체가 쓰인 것이 확인됐다. 이 중에는 서방제 무기에 폭넓게 쓰이는 FPGA 칩셋(용도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반도체)이 포함돼 있었다.

    RUSI는 "러시아 무기가 서방 기업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중 80여 개는 수십년간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를 받아온 부품"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세계 각국 대사관을 통해 운영하는 '라인X'라는 비밀 조직을 통해 서방의 첨단 부품을 수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RUSI는 "이는 서방이 제대로 된 기술 통제에 나서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여객기 정비용 부품을 다른 여객기에서 뜯어내 쓰는 '부품 돌려막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에어버스 320·350, 보잉 737 등 유럽·미국산 여객기와 서방 부품이 많이 쓰인 '수호이 슈퍼제트 100'중 최대 15%가 부품용으로 분해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미국과 EU산 항공기 부품의 대러 수출 금지가 본격화하자 자국 항공사들에 "보유 항공기 일부를 해체해 부품을 조달하라"고 권고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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