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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청약보다 까다로운 조건에… 2040 ＂집 장만 포기＂

맞벌이 이모(41)씨 부부는 5년 전 결혼한 무주택자다. 이씨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생애 첫 주택 구입 LTV(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 80% 적용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퇴짜를 맞았다.

아내가 결혼 전 한 차례 집을 샀다가 판 적이 있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결혼 후에는 집을 산 적이 없지 않으냐. 드디어 집을 살 수 있나 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 소득, 지역에 상관 없이 LTV를 80%까지 높여주기로 했지만, 자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출 상한선이 6억원으로 제한돼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의 아파트를 마련하기엔 부족한 데다 소득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에 막혀 일부 고액 연봉자가 아니면 LTV 80%까지 대출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청약보다 까다롭더라"

정부는 지역별로 40~70% 적용하는 LTV를 생애 첫 주택 마련인 경우에 지역을 불문하고 80%까지 허용했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LTV 40%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80%까지 넓히면 내 집 마련이 쉬워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생애 최초 주택'의 문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자가 결혼 전에 샀다 판 주택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 배우자나 자신이 한 번이라도 소유권 등기를 한 일이 있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교적 조건이 까다롭다는 국민주택 청약 시 결혼하기 전에 샀다가 판 집은 주택 소유 경력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것보다 문턱이 더 높은 셈이다.

재산 가치가 낮은 시골 주택 소유자도 혜택을 얻을 수 없다. 핀테크 업체에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신혼집을 장만하기 위해 생애 첫 대출을 알아보다 포기했다. 김씨는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인 지방의 작은 집이 걸림돌이 됐다"며 "가치 산정이 어려울 정도로 낡고 오래된 집인데 문제를 삼더라"고 했다.

◇대출 한도 6억원도 너무 낮아

LTV를 80%까지 허용해도 대출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비싼 수도권 집값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LTV 80%를 모두 활용해 대출 한도 6억원을 채우는 경우를 가정하면, 생애 첫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집값의 최고 상한은 7억5000만원이다.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 12억7992만원(KB부동산 기준)에 못 미친다.

대출이 완전히 막혀 있는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역시 대출 한도 6억원은 적용된다.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6억원을 대출받으려면 9억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첫 집을 장만하지 못한 2030세대가 9억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6억원이라는 대출 상한선이 있는 이상 LTV를 80%로 확대해준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집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 연봉자 아니면 DSR 규제에 막혀

대출 한도인 6억원까지 빌리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6억원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DSR 40% 규제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DSR 40%를 모두 채워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면 연 4.5% 금리에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30년간 빌릴 경우 연봉이 9120만원은 넘어야 한다. 같은 조건에 만기를 4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연봉이 8100만원은 넘어야 한다.

그러나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려는 2030세대 중에서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다. 이런 높은 문턱들을 감안해 금융 당국은 청년층에게 미래에 늘어나게 될 소득을 추가로 인정해 대출금을 늘려주도록 은행들에 권고하고 있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주택협회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해 생애 첫 주택 구입에만 적용되는 'LTV 80%'를 모든 무주택자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픽] 8월 1일부터 바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제도

[그래픽] 생애 첫 혜택 최대한 활용한 주택 구매

[그래픽] 6억원을 대출받으려면 연간 소득 얼마나 돼야 할까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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