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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독자들이 '한국인이 되는 경험' 하길 바라요"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2.08.09 / 사람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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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파친코' 작가 이민진
    만해대상 수상 위해 한국 찾아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 열어

    "관심이나 돈을 위해 책을 써 오지 않았다. 파친코는 '위험한 책'이 되기를 바라며 쓴 책이다. 개정판은 원하는 걸 더욱 정확하게 반영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설 '파친코'(인플루엔셜) 개정판 출간 기자회견에서 재미 교포 작가 이민진(54)이 이렇게 말했다. 2022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오는 12일 예정된 시상식에 참석하고자 최근 방한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4대에 걸친 '자이니치(재일 교포)'의 굴곡 많은 생애를 다룬 소설이다. 2017년 나온 책의 판권 문제로 최근 새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민진은 "작가로 일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나는 작가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하지만, 글쓰기는 저항의 행동이고 혁명의 행동이다"고 말했다. 또, "'파친코'를 읽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만날 때 그 얼굴 뒤에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민진은 번역가 신승미가 참여해 달라진 개정판에 대해 "감사하고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쓴 작품이라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단어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했다"고 했다. 또 "지난번과 비교할 때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1~3부로 구성된 영어 버전의 큰 틀이 유지됐고, 챕터별 한국어 제목은 사라졌다. 소설 중간에 사용한 인용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민진이 개정판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우리는 강한 가족이다(We are a powerful family)". 책의 앞쪽 면지에 쓰인 작가의 친필 사인 내용이다. 평소 독자 등에게 사인할 때 적지 않았던 "powerful"을 추가했다. 그는 "제 책을 읽고 이 사인을 받은 한국인들이 '파워풀한 삶'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또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게 중요하다.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같은 가족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할 때 못 해낼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 메시지는 한국인에게만 전하는 말은 아니다. 이민진은 "저는 톨스토이를 읽을 때는 러시아 사람이 되고, 헤밍웨이를 읽을 땐 미친 미국 남자가 되는 것 같다.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이 돼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모든 독자들이 한국인이 되는 경험을 하고, '가족'처럼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민진은 자신이 뒤늦게 소설로 성공할 수 있던 이유로 '1990년대와 작업 환경의 차이'를 꼽았다.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2년간 일한 뒤, 1995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학창 시절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책을 쓴다는 건 엉뚱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한류가 굉장히 붐을 일으키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난 덕도 봤다."

    다음 책의 제목은 'American Hagwon(아메리칸 학원)'. "파친코라는 단어가 전 세계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본어라고 생각해 제목으로 달았듯, 학원이란 단어도 한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만 하는 개념이다. 책 제목을 학원이 아니라, 아카데미(Academy)라고 절대 부르지 말아달라."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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