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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진 티켓·깐깐한 관객… 여름 대작 '흥행 초상집'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8.09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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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7~8월 국내 개봉작들, 여름 대목에도 '성적 부진'

    자칫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변할 판이다. 한국 영화계 최고 대목으로 꼽히는 여름 특수(特需)가 실종됐다. '이순신 3부작'의 2편에 해당하는 영화 '한산'이 관객 459만명을 동원했을 뿐, '암살'과 '도둑들'의 흥행 감독 최동훈의 신작 '외계+인' 1부(149만명)와 송강호·이병헌·전도연의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비상선언'(139만명)이 연달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 세 편은 모두 총제작비 300억원대의 대작. 대목이나 특수는커녕 일부는 손익분기점(600만명 이상)을 넘기지도 못할 판이다. 과연 한국 영화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지난 5~6월 먼저 개봉한 흥행작 '범죄도시2'(1269만명)와 '탑건: 매버릭'(744만명)이 불러일으킨 착시 현상이 역설적인 이유로 꼽힌다. 두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자 극장이 흥행 저점을 찍고 극심한 부진에서 반등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한국 대작들이 여름 개봉을 서둘렀다. 10일 개봉하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까지 7~8월 한국 개봉작만 4편에 이른다. 영화 시장의 공급 초과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여름 영화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름 개봉작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흥행의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된 시장 속에서 줄줄이 부진에 빠지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코로나 기간 관객들의 관람 패턴 변화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 같은 대체재(代替財)가 부상하면서 극장 관람과 안방 시청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지난 2년여간 영화관 티켓 가격이 1만2000원(주말 기준)에서 1만5000원으로 25% 상승한 것도 관객들의 선택이 한층 깐깐해진 이유다. 극장 관계자는 "여름 대작이 개봉하면 곧바로 극장가로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평점이나 관람평 등을 꼼꼼하게 살핀 뒤에 극장에서 관람할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현명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호씨도 "예년 여름 극장가는 대중적 선택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성격이 강했다면, 코로나를 거치면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개인 취향'이 점점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의 고질적 약점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답답한 현실을 불쏘시개 삼아서 관객들의 울분에 불을 붙이려는 '분노 상업주의'나 주연 배우의 연령 상승 같은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복합 상영관 CGV의 관객 평점 시스템인 '골든 에그' 지수에 따르면, '한산'만이 95점(100점 만점)의 호평을 받았을 뿐, '외계+인' 1부(87점)와 '비상선언'(81점)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익명의 영화 평론가는 "탄탄한 각본이나 참신한 기획보다는 '티켓 파워(흥행력)'가 있는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안일한 투자 배급 방식이 위기를 불렀다"면서 "스타성보다는 연기력을 기준으로 신인 감독이나 배우들을 과감하게 캐스팅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올여름 개봉작 성적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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