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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反中연합 아니다… 중국과 기술격차 벌릴 기회"

    이벌찬 기자

    발행일 : 2022.08.09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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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원호 KIEP 경제안보팀장

    한국의 칩4 참여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경제 안보전문가인 연원호<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팀장(박사)은 지난 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익을 위해 망설임 없이 칩4(Chip 4)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칩4 참여는 우리가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항하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으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칩4에 대해 국내에서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적지 않다"고도 말했다

    미·중 통상과 기술 패권 경쟁 등을 주로 연구하는 연 팀장은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칩4 논의 상황을 살펴보고 지난 6일 귀국했다.

    칩4는 미국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일본·대만 등에 제안한 협의체다. 미국은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 우위를 갖고 있고,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대만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1위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일본·대만은 칩4 참여를 일찌감치 확정했고, 우리 정부도 칩4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칩4 참여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반도체가 세계 최대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칩4 의미 잘못 해석해 중국 눈치 보게 됐다"

    연 팀장은 "국내에서 칩4를 '반중연합체'로 규정하는 바람에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당초 칩4 구상은 미국이 코로나 기간에 겪은 반도체 수급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요 반도체 제조국 간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미 국무부 주도로 논의가 지속됐고, 지금은 미 상무부·무역대표부 등 범부처 협력 사안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선 반도체 산업 전체의 협력을 가리키는 '칩4'란 용어를 쓰지만, 미국에선 반도체 제조에 국한된 국가 간 협의체란 의미로 팹4(FAB 4)라 부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칩4의 성격에 대해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이나 기구가 아닌 실무급(국장급) 다자 대화 창구"라며 "참여국 간 인력 양성, R& D(연구·개발) 협력, 투자 인센티브 제공, 공급망 다변화는 논의 대상이지만 대중 제재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중 전선이 아니라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용적인 협의체에 가깝다는 것이다. 연 팀장은 "반도체 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32%), 대만(60%)이 별다른 내부 잡음 없이 참여를 결정한 것도 칩4에 과잉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기술 추격 막고 한국 기업에 대한 피해 최소화"

    연 팀장은 "우리가 반도체 산업에서 걱정해야 하는 미래는 중국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켜 한국을 대체하는 것"이라면서 칩4가 중국의 불공정한 기술 추격에 대항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반도체 산업 핵심 플레이어들과 상시 교류할 수 있게 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저가 납품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칩4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미 애플이 중국 양쯔메모리(YMTC)로부터 메모리칩을 공급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칩4를 통해 중국 당국의 보조금 지급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대중 제재 수위를 조절하도록 칩4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 팀장은 "중국도 칩4가 협의체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드 보복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의 반도체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국 등과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협력하고 중국과도 28나노 이상의 공정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연원호 팀장이 보는 '칩4'

    [그래픽] '칩4' 참여 대상 국가·지역의 반도체 산업 중국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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