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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산하에 CVC 앞다퉈 설립… 신사업 투자 확대

CJ그룹 지주회사인 CJ가 지난 5일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CJ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CJ는 향후 5년간 총 4000억원을 신규 출자해 문화·플랫폼, 지속 가능성 같은 신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더 효과적으로 신규 사업 모델과 혁신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CVC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CVC는 기업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로, 투자형 지주회사와 달리 투자 목적별로 계열사 자금을 모아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밑에 CVC를 설립하면서 벤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산하 CVC 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이 개정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유망 벤처를 통해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자금이 필요한 벤처들은 대기업의 자본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CVC를 설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GS·CJ·효성·현대코퍼·동원 CVC 설립

앞서 GS그룹은 올해 초 지주회사 ㈜GS의 100% 자회사로 GS벤처스를 설립했고, 지난달에는 GS벤처스가 1300억원 규모의 첫 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산하 CVC 설립이 허용된 후 만들어진 1호 펀드다. 펀드에는 ㈜GS(300억원), GS에너지(200억원), GS리테일(200억원), GS건설(200억원), GS EPS(200억원), GS파워(100억원), GS E&R(50억원), GS글로벌(50억원) 등 GS그룹 계열사가 참여했다. GS그룹은 당초 GS벤처스 설립 시 계획했던 5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펀드를 조성했다. GS벤처스는 바이오와 기후변화 대응, 자원 순환, 스마트 건축과 같은 GS그룹의 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효성그룹도 지난달 초 CVC인 효성벤처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해 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상사인 현대코퍼레이션도 지난 4월 CVC인 프롤로그벤처스를 설립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인 상사업 이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CVC를 설립했다"면서 "벤처 투자로 사업 다각화를 달성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도 지난 2월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해 CVC인 동원기술투자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금융감독원에 등록을 마쳤다.

◇벤처 투자로 신성장 동력 확보 나서

벤처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설립하는 CVC가 등장하면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현재 주요 그룹 2~3곳 정도가 추가로 CVC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부 연구 개발을 통해서만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벤처·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수익을 내는 신사업으로 키우는 것이 이번 CVC 설립의 최종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CVC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CVC 투자 규모는 1693억달러(약 219조원)를 기록해 2016년 대비 4.3배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전체 벤처캐피털(VC)의 투자 금액 중 절반 이상을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구글벤처스, 인텔의 CVC인 인텔캐피털과 같은 대기업이 운용하는 CVC가 차지하고 있다.

[표] CVC 설립하는 기업들 기고자 :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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