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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은 무조건 6개월 이상… 누가 정한 건가요

    김은정 기자

    발행일 : 2022.08.08 / 경제 B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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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규제 푼다더니… 거꾸로 가는 '철조망 규제'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에도 BTS(방탄소년단)가 나오도록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어준다고 했는데, 정작 밑에서는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한 은행의 상품개발담당 A씨는 "'적금은 무조건 만기가 6개월 이상'으로 돼있는 현행 규제를 풀기 위해 몇 년간 백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커플 100일 적금'처럼 재미있는 초단기 적금을 내놓으려 했다. 장기 납입을 꺼리는 20~30대 성향과 금리 인상기에 만기를 짧게 가져가야 이득인 예금 트렌드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경직된 규정이 문제였다. 1995년 개정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여수신 이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은행 적금은 만기가 최소 6개월이 넘어야 한다. 6개월 미만의 적금 상품은 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당국은 개정에 소극적이다. 한은은 "적금 규정 개정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올려야 하는 사안이라 복잡하다. 적금 만기가 짧아지면 만기별로 금융 상품을 분류하는 기존 통화량 분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적금 규정 개정은 한은 소관이라 우리가 손댈 수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키며 36개 과제 금융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불합리한 규제는 손대지 않고 거꾸로 족쇄 같은 규제를 만드는 일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맞춤형 서비스 가로막는 체크카드 규제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지난달 입법예고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일부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체크카드와 OO페이 같은 선불·직불 지급 수단도 신용카드와 똑같은 연계·제휴 서비스 규제를 받도록 했다. 서비스를 3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서비스 변경 시엔 6개월 전까지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지난해 토스뱅크가 단기간에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을 줬다가 몇 달 뒤 축소한 '얌체 마케팅'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부작용을 우려한다.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수시로 혜택을 조정해온 체크카드의 장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코로나 확산으로 배달 앱 사용이 증가하자 2020년 8월 배달의민족 캐시백 혜택을 추가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며 학원 수요가 증가한 지난 2월에는 학원 업종에 캐시백을 해주는 등 지난 5년간 총 11번 캐시백 혜택을 변경했다. 그런데 신용카드처럼 '서비스 3년 유지'라는 규제를 받게 되면 이런 시즌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결국 다양한 혜택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는 사라지고, 3년간 똑같은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페이 업체들도 울상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그때그때 가정의 달이나 휴가철 등 시즌에 맞춰 가맹점과 협의를 통해 추가 적립 프로모션을 하는데, 이를 6개월 전에 고지하라는 건 사실상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단기·일시적으로 제공되는 혜택(프로모션)은 금소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는 "정부가 한 업체에서 생긴 문제를 마치 전체 업종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응이다.

    ◇비상장 주식도 거래 규제 강화

    지난 7월 금융위가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 규제를 강화한 조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휴지 조각이 된 이스타항공 비상장 주식이 2주 넘게 거래되는 일이 발생하자 공시 담당자 1명을 둔 기업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신생 업체로 인력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 조치 이후 비상장주식 플랫폼인 증권플러스에서 투자 가능한 종목은 256개에서 50개로 급감했고, 서울거래비상장에서는 174개였던 종목이 28개로 쪼그라들었다. 기존에 거래됐던 토스와 쏘카, 컬리 등도 빠졌다. 반면 이런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38커뮤니케이션 등 비제도권 거래는 활성화되는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 전에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거꾸로 가는 금융 규제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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