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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 / 오징어 게임 심리학

    곽아람 기자

    발행일 : 2022.08.06 / Books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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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크리스털 앤더슨 지음|심두보·민원정·정수경 옮김|눌민|416쪽|3만원

    ◆오징어 게임 심리학|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박효은 옮김|오렌지디|204쪽|1만5500원

    질시 어린 찬탄. 음악, 드라마 등 대중문화 분야에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K컬처 열풍'을 대하는 서구의 태도다. 서구 연구자들이 K컬처에 대해 쓴 책 두 권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K컬처의 세계적 위상을 실감하고, 서구가 K컬처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먼저 'K팝은 흑인음악이다'부터. 저자인 크리스털 앤더슨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글로벌 아시아학 및 대중음악, 초국적(超國籍) 미국학 등을 연구한다. 한국어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지만 원서 제목은 'Soul in Seoul: African Amer ican Popular Music and K-Pop'이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서울의 소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대중음악과 K팝'. '소울', 즉 '소울 뮤직'이란 '흑인 정신이 담긴 음악'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인 저자는 K팝과 흑인음악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K팝은 힙합, R&B 등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아 이를 한국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키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에서 BTS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K팝이 (흑인음악에서 파생한) 글로벌 R&B 전통의 일부로 지속해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근거 있는 이야기일까? '방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2017년 12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BTS 콘서트 언론 간담회에서 "서구인들에게 K팝은 장르 음악으로 낯설지만 흑인음악은 익숙하다"면서 "K팝 베이스로 흑인음악을 섞었던 것, 그게 (미국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 학자들이 한국학의 측면에서 K컬처를 분석해 온 것과는 달리, 저자는 주 연구 분야인 초국적 미국학의 렌즈로 K팝을 들여다본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부터 흑인음악이 한국에 전해졌고, 이후 솔리드 등을 비롯한 재미교포 음악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한국 음악계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리드보컬이 멜로디를 부를 때 다른 가수들은 백보컬로서 멜로디를 보완하는 하모니를 제공하는 'R&B 편곡'이 특히 K팝에 두드러지는 흑인음악의 영향이라 말한다. 또한 현진영이나 서태지 같은 힙합 가수들도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며, S.E.S.나 핑클 등 걸그룹도 데뷔 당시 입었던 통 넓은 바지 같은 의상 등에서 흑인 걸그룹을 참고했다고 주장한다.

    "K팝이 잘나가는 건 우리 흑인음악 덕분!"이라고 외치고 싶은 저자의 의도도 물론 엿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저자가 방점을 찍는 건 '백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비(非)백인'으로서 연대다.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치밀한 캐스팅과 고강도 트레이닝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K팝 아티스트 훈련법이다. 저자는 많은 이가 이 시스템을 일컬어 일본의 '아이도루' 모델을 개선한 것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흑인음악 제작자들의 개발 전략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흑인음악계의 전설적인 레이블로 불리는 모타운 레코드의 창립자 베리 고디가 흑인 음악인들의 인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1960년대에 도입한 할리우드식 캐스팅과 트레이닝 시스템을 한국이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글로벌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다"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지닌 고품질의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정교하게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은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타인이 만든 왜곡된 이미지 안에 갇혀 있다. 따라서 (흑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은 중요하다."

    'K팝은 흑인음악이다'가 다층적 의미를 고려하며 읽어야 하는 학술서라면 프랑스 심리학자가 쓴 '오징어 게임 심리학'은 좀 더 편안하고 대중적이다. 저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예로 들어 어른 못지않게 잔혹한 어린이들의 심리를 설명한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를 "일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은 '오징어 게임' 속 게임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노골적이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국 독자들이 가면 너머로,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일그러진 얼굴 너머로 어김없이 드러나는 끔찍하면서도 경이로운 인간의 복잡성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은 특정 문화와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인간 보편의 문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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