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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의 굴욕… 강남 아파트 경매 줄줄이 유찰

    정순우 기자

    발행일 : 2022.08.06 / 경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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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보다 4억 저렴한 타워팰리스
    2억 싼 아시아선수촌 입찰자 없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84㎡(이하 전용면적) 30층 매물이 경매로 나왔지만,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매물의 감정평가액은 23억1000만원으로, 동일 면적 27층의 올해 5월 실거래가(27억5000만원)보다 4억원 넘게 낮았는데도 관심을 보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99㎡도 직전 실거래가보다 2억원 정도 낮은 30억3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는데 유찰됐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똘똘한 한 채'로 통하던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보통 경매가는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 지역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면 경쟁이 치열했는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똘똘한 한 채'가 시세보다 수억 원 저렴하게 나왔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현금 부자들도 집값 하락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 낙찰률 금융 위기 이후 최저

    5일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6%를 기록하며 2008년 12월(22.5%)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낙찰률은 월평균 69.6%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 역시 6월 110%에서 7월 96.6%로 떨어졌다. 통상 감정평가액은 시세보다 10% 정도 낮은데, 경매 참여자들이 이 가격조차 비싸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5㎡는 감정가(25억원)보다 1억원가량 낮은 23억9999만9000원에 지난 5월 팔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는 '없어서 못 사는' 상품이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낙찰가도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았다. 작년 6월 경매로 나왔던 도곡렉슬 84㎡는 감정가 22억3500만원보다 7억원 높은 29억4899만9000원에 낙찰됐고,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28㎡)도 감정가(29억3000만원)보다 25% 비싼 36억6122만7000원에 낙찰됐다.

    ◇대출 안 돼 장벽 높아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의 경매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관망 심리'를 꼽는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다 보니 시세보다 저렴해도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중에 아파트 매물이 워낙 많이 쌓여 있는 데다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매에 낙찰되면 '경매낙찰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보통 경매 낙찰 후 6주 내에 매매 대금을 전액 내야 한다.

    다만, 한 번 유찰된 물건은 감정가보다 20% 낮은 가격에 다시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2회 이상 유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세웅 압구정케빈중개법인 대표는 "과거 금융 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강남 아파트가 경매에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다음번 경매에는 저가 매수를 노린 현금 부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 서울 아파트 월별 경매 낙찰률 추이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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