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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브라질 대선… 룰라, 재집권하나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2.08.06 / 국제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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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 위협에 총격 사건까지 발생… 여론조사서 20%p 앞서

    "브라질은 제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난 2003년보다 가난해졌습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치솟았고 식탁에선 고기가 사라졌습니다. 우린 모든 국민이 하루 세 끼를 먹게 하고, 어떤 어린이도 굶어 죽지 않게 하겠습니다."

    지난 3일 오후(현지 시각) 브라질 북동부 도시 테레지나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 현장은 뜨거운 용광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펄펄 끓었다. 룰라가 주먹을 불끈 쥐며 열변을 토할 때마다 지지자들의 거대한 함성이 이어졌다. 전체 인구가 100만명이 채 안 되는 이 도시의 한 대형 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유세에는 5만명 넘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현장에 있던 한 젊은 배달 기사는 외신 기자에게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나랏돈을) 훔쳐서 부자들에게 줬지만, 룰라는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일 실시하는 브라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룰라 전 대통령이 유세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번 대선은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인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가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크게 앞서가고 있다. 브라질 언론들은 룰라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돼 지난 2010년 퇴임한 이후 12년 만에 화려하게 대통령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 '다탸폴랴'가 지난달 27~28일 브라질 성인 2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보우소나루 대통령(29%)을 크게 앞질렀다.

    룰라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그의 재임 기간이었던 지난 2003~2010년 브라질 경제가 황금기를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이다. 당시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평균 5%대 성장을 기록했고, GDP 규모는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수가 늘어나자 이를 기반으로 취약 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 2000만명 넘는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렸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룰라 지지 이유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기 때문에(65%)" "기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이기 때문에(58%)"라고 답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게는 잇따른 실정과 코로나 팬데믹 대응 실패, 고물가, 빈민층 증가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73%에 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형 건설사에서 호화 아파트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고, 1년 반을 복역했다. 당시 일명 '세차 작전'이라 불린 권력형 부패 수사로 룰라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탄핵당했고, 국민들은 집권 노동자당에 등을 돌렸다. 그러나 판사와 검사가 담합해 무리하게 룰라를 기소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룰라는 지난해 3월 실형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단숨에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판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쿠데타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대선에 불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최근 "현행 전자 투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말 자유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서는 "군대는 우리 편. 군대는 부패도 사기도 용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현 집권층 지지자들이 정치 폭력을 일삼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노동자당 행사에 난입한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총격을 가해 당직자가 피살됐고, 이틀 뒤 또 다른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룰라 유세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칠레·콜롬비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국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그러나 변화를 원했던 유권자의 기대와 달리, 좌파 정부들이 치솟는 물가와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하자 아르헨티나·페루 등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공공 지출 상한선을 폐지하고 사회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약했으나,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서 고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브라질 연간 물가 상승률은 매년 1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MF는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했으며, 브라질 민간 연구 기관인 FGV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 극빈층은 30% 이상 늘어 총인구의 1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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