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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제대로 된 교육개혁은 손도 못대나

    김승범 사회정책부 차장

    발행일 : 2022.08.05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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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출생아가 태어난 시기를 분기별로 나눠보면 1분기 비율이 27.3%로 가장 높다. 4분기(22.7%)가 가장 낮다. 월별로는 1월생이 가장 많고 12월생이 가장 적다. 올 1월 출생아는 한 달 전인 작년 12월보다 44% 많다. 아이가 연말에 태어나지 않게 출산 시기를 연초로 조절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아이가 생일이 늦을수록 같은 나이 또래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5세로 한 살 낮추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5년에는 한 교실에서 2018년 1월 1일생과 2019년 3월 31일생이 같이 수업을 듣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아들딸이 15개월 차이가 나는 '형' '언니'와 한 반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을 반길 부모가 얼마나 될까. 맞벌이 부부는 "취학 나이를 1년 낮추면 아이 돌보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1년 빨라진다"고 불만이다. 어린이집은 저녁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취학 나이를 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을 학제 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취지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청년들 사회 진출 시기를 1년 당길 수 있는 만큼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취학 연령은 1949년 교육법 제정 당시 정한 것이다. 70여 년 만에 사회 전체의 시간표를 바꾸는 것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다룰 문제다. 그러려면 여론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필수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자인 학부모는 물론 교사·유치원·어린이집 같은 이해 당사자와 협의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반발이 확산된 후 마련된 학부모 간담회에서 불만이 쏟아지자 박 장관은 "그런 얘기를 들으려고 왔다"고 했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했다. 그렇게 내놓은 정책이 충실할 리 없다. 공교육을 강조하면서 질을 높일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다 보니 공교육을 불신하는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발표에 앞서 전문가와 학부모·교육계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했다면 졸속으로 5세 취학안을 내놓고 나흘 만에 폐기를 언급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교육계에는 교육과정 개정, 대입 제도 개편, 코로나 확산에 따른 학력 격차 해소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취학 연령 조정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도 아니고 국정 과제로 논의되지도 않은 사안이었다. 하지만 '5세 입학' 이슈는 다른 현안을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박 장관이 엉뚱한 논란을 자초해 정작 중요한 개혁 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과목에 따라 최대 2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 여파로 학교에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좌파·진보 교육감들이 시험과 숙제를 없애면서 학교 현장에 학력 경시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크다. 문 정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교육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산 집행권을 앞세워 대학 위에 군림하면서 혁신은 외면했다.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독주'가 막을 내린 것은 진보 세력이 장악해온 교육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아이들 학력이 떨어지고 사교육비는 치솟는 상황을 바꿔 달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 개혁은 그런 국민의 뜻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고자 : 김승범 사회정책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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