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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펠로시 대만 방문이 남긴 숙제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발행일 : 2022.08.0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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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블룸버그통신 기자가 물었다. "당신의 이번 방문으로 인한 대가를 상쇄할 만한, 어떤 구체적인 이익을 대만에 약속할 수 있습니까?"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25년 만에 이뤄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대한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중국은 대만 기업체 4곳 이상을 제재했다. 대만산 감귤, 갈치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중국산 천연 모래의 대만 수출을 금지했다.

    미국 기자의 질문에 펠로시 의장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칩스(CHIPS)법을 예로 들며 "미국과 대만의 경제 협력에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취지다. 칩스법은 한·일·대만 반도체 기업에 기회지만 가장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다. 핵심 제조 시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어려운 숙제는 한국, 대만 등 외국 기업의 몫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확정된 후 2% 넘게 떨어진 TSMC 주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따른 '군사행동'이라며 4일부터 대만 주변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은 대만 주요 항구, 군사기지는 물론 서태평양이나 일본 방면에서 미군이 대만으로 접근하는 길목을 차단했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훨씬 심각한 정책 딜레마에 빠질 게 분명하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이 표현이 들어갔을 때 중국이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대만해협 문제에서 한·미가 공동의 입장을 밝힌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을 비판할 것인가?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주한 미군 전투기에 참전 편의를 제공하거나 중국 북해 함대의 남하를 저지하는 작전에 참여할 것인가? 중국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계산에 강한 나라다.

    찬사를 받든 비난을 받든 이번 대만 방문으로 여든둘 노(老)정객 펠로시는 세계적인 수퍼스타가 됐다. 동시에 대만해협 상황은 더 아슬아슬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19시간 대만에 머물렀지만 미·중 경쟁의 한가운데 있는 대만, 그리고 한국의 미래에 오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립외교원 최우선 교수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만해협 군사 충돌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펠로시 방문이 남긴 시급한 숙제다.
    기고자 :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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