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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173) 신뢰 획득, 안 해도 좋아

    양해원 글지기 대표

    발행일 : 2022.08.0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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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색(染色) 좀 하세요. 자식들이 부쩍 성화를 부린다. 늙어 보인다나. 아니 그럼, 이 나이에 머리카락이 그렇지. 칠부바지 입어도 아저씨 같다면서 눈 흘기니 원. 아비가 조금이라도 젊어 보였으면 하는 마음 한사코 꺾기 뭣해 반바지 두어 벌 장만했다. 이참에 염색까지? 너무 꾸미면 부자연스럽겠지.

    '이 방법을 이용해 문제 해결에 소요(所要)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①) 흔해 보이는 문장인데 요란하다. 좀 바꿔 보자. '이 방법을 써서 문제 해결에 걸리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②) 혹시 좀 차분해지지 않았는가. 한자어 몇 바꿨을 뿐인데. 치장(治粧·꾸밈)이 지나쳤다는 얘기다.

    쓰임새가 엄청나지만 대체로 딱딱하거나 어려운 것이 한자어. 그걸 말로는 잘 안 하면서 글에선 즐겨 쓰는 점도 신문 기사를 부자연스럽게 한다. 마저 다듬어 보자. '이 방법으로 문제 푸는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③) 26음절에서 18음절까지 줄었다. ① ② ③ 어느 쪽이 편한가.

    '소비자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를 획득(獲得)하는'도 어지간히 거추장스럽다. '소비자의 꾸준한 믿음을 얻는'과 견주어 보자. '기술 이전을 거쳐 생산 설비 구축(構築)을 완료했다'는 '기술을 넘겨받아 생산 설비를 다 갖췄다'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유사(類似)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비슷한 일이 계속 생길 수 있다', '관련 업소에 대한 홍보나 육성(育成)'은 '관련 업소 알리기나 키우기'처럼 쓸 수 있다.

    해변에 위치한(있는), 없어도 무방하지만(괜찮지만), 예산을 투입하고(들이고), 사태가 악화돼(나빠져), 인도를 경유해(거쳐), 고가의(비싼) 물품, 수당 제외하면(빼면), 전단 살포(뿌릴) 때, 그렇게 만류해도(말려도)…. 이런 '새치' 뽑기는 일삼아 해도 좋으련만.

    온 식구 나들이 때 근심 소리를 또 들었다. 머리 좀 어떻게 해보세요. 속으로만 대꾸했다. 거슬리는 게 한둘이더냐. 어벙한 옥니, 거무스름한 눈 그늘…. 하물며 흰머리쯤이야.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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