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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엔 아무도 안나오고… 방문국 중 유일하게 정상도 못 만나

    김은중 기자

    발행일 : 2022.08.05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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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서열 3위 방한 '의전 홀대'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미국 국가 의전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놓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선 과정과 취임 이후 줄곧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외교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과 따로 만나지 않고 40분 동안 전화 통화만 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휴가로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에 사전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충분히 이해했다"며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 연방 하원의장이 20년 만에 방한했는데,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더라도 충분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축하 사절로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5월 10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7월 19월)은 물론 폴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6월 3일) 같은 전직 인사들의 예방까지 받았다. 그런데 정작 미 의회 1인자이자 18선(選) 의원으로 워싱턴에서 가장 존재감이 크다고 평가받는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건너뛰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단순한 하원의장이 아니라 전설 같은 여성 정치인인데 윤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 협력을 위해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중국을 의식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 초반부터 오락가락 외교는 국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펠로시 의장이나 그가 대표하는 상당수 미국인들이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겠냐"라며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톱니바퀴가 전혀 안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을 달래려(placate)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냉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2주 전에 만나지 않는다 결론을 내린 것이고 만나지 말라는 중국의 압박도 없었다"고 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반발에 따른 동북아 긴장 고조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의 이번 순방에 부정적이었고 미 조야(朝野)에서도 순방 시점과 관련해 비판이 컸다는 점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펠로시 의장 입국 당시 우리 정부나 국회 측 인사가 영접하지 않은 것을 놓고 홀대 논란도 제기됐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3일 저녁 오산 미 공군 기지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등 미국 측 인사들만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공항에 의전을 나가지 않기로 미측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이라 했고, 외교부 안은주 부대변인은 "의전 지침상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갔는데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며 "국회의장이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홀대 논란이 계속되자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 출국장에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환송을 나가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최근 순방과 비교하더라도 우리 측의 홀대가 도드라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 순방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비롯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정상과 만났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는 5일 조찬을 가질 예정이다. 올해 5월(우크라이나·폴란드)과 6월(이탈리아) 유럽을 방문했을 때도 각국 정상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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