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길이 170㎞ 유리벽 도시… 사우디, 첨단국가 변신하나

    장민석 기자

    발행일 : 2022.08.04 / 국제 A1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빈 살만, 산유국 이미지 벗기 시동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자로 지목돼 한때 국내외 활동이 주춤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37)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되찾으며 활발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을 호소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 빈 살만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등 정치적 사면이 이뤄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자신이 국가 실세로 등극한 뒤 내놓았던 각종 국내 혁신 정책들에 가속도를 붙이는 양상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의 최고 핵심 사업인 '더 라인(The Line)'의 조감도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스어로 새롭다는 뜻의 '네오'에 아랍어로 미래를 의미하는 '무스타크발'의 첫 글자 'M'을 합쳐 명명한 네옴 시티는 이집트·요르단과 접한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 황야에 초대형 주거·사업용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더 라인'은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3개 사업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2017년부터 추진 중인 네옴 시티는 빈 살만이 '비전 2030'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나는 나만의 피라미드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네옴 시티 프로젝트에만 1조달러(약 1310조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30년 완공된다.

    빈 살만이 공개한 더 라인 동영상을 보면 SF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 펼쳐진다. 건물 길이만 무려 170㎞에 달한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140㎞·시청 간 기준)보다 길다. 높이도 500m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443m)보다 높다. 내부 공간은 별천지가 따로 없다. 거대한 인공 달이 도시를 밝히는 가운데 에어택시가 건물 주위를 날아다니고 로봇 도우미가 거리를 쏘다닌다. 고속철이 도시 끝에서 끝까지 20분 만에 주파한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은 없다.

    빈 살만 왕세자는 "면적 34㎢에 최다 9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래 도시"라며 "집과 직장, 학교 등을 폭 200m짜리 구조물에 다 모아 놓은 형태"라고 말했다. 네옴 시티에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과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빈 살만은 지난 2016년 석유에 의존해온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첨단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대한 투자로 사회·문화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장기 국가 혁신 전략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최근엔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2030 세계 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수도 리야드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야드는 내년 말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부산, 이탈리아 로마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랍뉴스는 "단순한 산유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사우디는 오는 2030년 엑스포 개최를 통해 '비전 2030'의 확실한 성공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를 최다 38만개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사우디는 네옴 시티의 건설 등에 힘입어 2030년 연간 방문객 1억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증가를 통한 국력 증강을 원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3500만명 수준의 사우디 인구를 2030년 50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의 초거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 분석 전문 기관인 메이플크로프트는 "전례 없는 규모와 사업 비용에 비춰볼 때 전체적으로 네옴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2013년부터 짓기 시작한 높이 1007m 제다 타워도 사업성 악화로 2018년 공사가 중단됐다. 미국 CNN은 "세계적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이 도중에 멈춘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북한의 류경호텔(330m)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 건물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여전히 인권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도 넘어야 할 과제다. 미국에 망명 중인 사우디 국적의 칼리드 알자브리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인권 탄압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허영심이 가득한 계획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래픽] 사우디의 친환경 미래 도시 '더 라인'
    기고자 : 장민석 기자
    본문자수 : 223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