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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73) 모래 무덤 같은 가상 세계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2.08.03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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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는 절대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유동하는 모래의 이미지는 그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충격과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모래의 불모성은 흔히 말하듯 건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끊임없는 흐름으로 인해 어떤 생물도 일절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에 있는 것 같았다. 일 년 내내 매달려 있기만을 강요하는 현실의 답답함에 비하면 이 얼마나 신선한가.

    - 아베 고보 '모래의 여자' 중에서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공감 하트가 몇 개나 늘었을까, 어떤 답글이 달렸을까 궁금했다. 누군가는 내 글을 기다릴 것 같았고, 나도 그들의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야 할 것 같았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뉴스, 어제 검색한 것과 비슷한 상품 광고에 몇 시간씩 눈을 빼앗겼다. 그곳이 진짜 세상 같았다.

    사막 곤충을 찾아 여행을 떠난 남자는 모래 구덩이에 갇힌다. 마을 사람들은 모래가 빗물처럼 쏟아지는 오두막에서 여자와 살아야 한다며 음식과 물을 내려줄 뿐, 꺼내주지 않는다. 남자는 도망치려 발버둥 치지만 헛수고다. 결국 낯선 환경에 적응해간다. 여자는 아이를 갖고 남자는 물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그곳에도 행복과 보람이 있었다. 남자는 사다리가 있어도 떠나지 않는다. 모래가 그의 현실이자 미래가 되었다.

    인생은 역경과 절망, 유혹과 실패를 모래처럼 쏟아낸다. 인간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모래성을 쌓고 부수고 새로 쌓으며 희망을 찾으려 애쓴다. 인터넷 공간도 고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발명품 중 하나다. 그러나 새롭고 신기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 몰라도 좋을 무익한 정보와 스쳐 가는 찰나의 인연들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우리를 가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개인 정보 관련 강제 약관을 철회했다. 반발했던 이용자가 이긴 것 같지만 기업이 진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갈 가상현실행 고속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을 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가상 세계라는 이름의 모래 무덤 속으로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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