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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이유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발행일 : 2022.08.03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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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성공 신화'의 모델처럼 통했던 어느 기업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 날이었다.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중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떠올렸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허무에 시달렸던 미국의 '상실 세대'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가였다.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란 유명한 메시지를 남긴 그는 소설 속 문장처럼 운명에 지배받지 않는 인간의 진정한 승리를 그리고자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의 끝은 자살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는 화려한 도시생활로 넘쳐나는 글을 쓰는 작가로 '재즈 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전쟁이 일어난 뒤 '상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명성을 잃었다. 하루키는 이렇게 표현했다. '1930년대는 문자 그대로 피츠제럴드를 매장했다. 사람들은 뚱한 표정으로 들떠 지냈던 1920년대를 과거라는 어두운 서랍장에 밀어 넣었다. (중략) 새로운 시대의 문학 영웅은 헤밍웨이였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존재했으나 서로 다른 시대에 사랑받았다. 헤밍웨이는 성공한 작가로서 쓰이지 않는 글에 절망했고, 피츠제럴드는 몰락한 작가로서 사랑받지 못하는 글에 절망했다. 두 사람 모두 나이 들어 어두운 시절을 맞이했지만, 끝은 전혀 달랐다. 75세가 되기 전엔 노인이 아니라면서 인간의 진정한 승리를 노래했던 헤밍웨이는 62세에 생을 마감했다. 반면, 화려한 시대의 유물로만 여겨졌던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해낼 거란 희망을 가진 채 죽는 날까지 글을 썼다. 그리고 현대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밤은 부드러워'를 남겼다. 그는 명성을 잃었지만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줬다.

    서핑을 하다 보면 큰 파도에 넘어져 바닷속을 헤맬 때가 있다. 물살에 휩쓸려 몸을 가눌 수 없을 때마다 종잇조각 같은 인간의 나약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서퍼들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파도를 잡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것이다.
    기고자 :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2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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