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준비없이 '5세 취학' 내놓고 우왕좌왕… 혼란 키운 교육부

    김태주 기자

    발행일 : 2022.08.03 / 종합 A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교육 100년 대계를 덜컥 추진했다 역풍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정책을 발표한 뒤 나흘 만에 정책 폐기도 가능하다고 물러서기까지 수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엔 "4년간 나눠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가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최장 12년간 천천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물러서면서도 "정책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결국엔 반대 여론이 많으면 정책 폐기도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선 "수많은 학부모·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교육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내뱉듯 발표했다가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학 연령 하향 조정은 지난달 29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처음 등장했다. 선거공약에도 없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도 포함 안 됐던 정책이다.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 70여년간 바뀌지 않았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가 갑자기 발표되자 "공간·교원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공간·교원 수급 문제를 고려해 4년에 걸쳐 3개월씩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교육·시민단체 44곳은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원생을 빼앗기게 된 유치원·어린이집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박 장관은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실행 방안이)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제시한 4년간 시행하는 방법 외에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를 통해 1개월씩 앞당겨 12년 간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것 외에 초·중·고 과정을 13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계속 들끓자 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도 같은 날 오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협의를 하겠다"면서도 "(초등 입학 연령 하향)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정책 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인 2일 대통령실과 박 장관은 '정책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며 하루 만에 주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했고, 교육부가 대통령실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기도 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는 초·중등 예산을 대학에 주는 내용의 교육교부금 개편안에 이어 또다시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며 "졸속으로 추진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교육 전문가와 현장 목소리를 듣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정책을 먼저 던져 놓고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상의해보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정책 자체는 교육 격차 해소 등 이점이 많은 정책인데, 교육부의 발표 방식 때문에 검토가 이뤄지기도 전에 엎어지게 생겼다"며 "교육부는 '취학 연령 1년 앞당기기' 하나만 딱 내놓을 게 아니라, 여러 대안을 제시한 뒤 사회적 공론화를 시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태주 기자
    본문자수 : 203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