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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9) '새로운 것'이란 무엇일까?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발행일 : 2022.08.02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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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같이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치타처럼 빠르지도 않다. 나무 가시에만 찔려도 아파서 쩔쩔매고, 몇 분만 숨 쉬지 못하면 뇌가 망가져버린다. 이토록 나약한 몸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까? 당연히 그 누구보다 크고 뛰어난 '뇌'를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다른 종보다 뛰어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화적 장애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류 역사적으로는 너무나 '건설적인' 장애였다. 실체가 없는 걸 미리 보고 상상할 수 있기에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과학기술과 문명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DALLE2'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창의력과 상상력의 근본적 의미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사람이 입력한 문장을 그림으로 표현해주는 인공지능인데, 초거대 데이터와 최첨단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그려주는 그림들이 놀라울 정도로 새롭고 신선하다. 단순히 인터넷에 존재하는 그림을 검색해주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DALLE2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진 걸까? 아니면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방하고 재조합할 뿐일까?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새로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피카소가 말했듯, 결국 모든 창작물은 그동안 만들어진 작품들의 모방이자, 재조합이자, 재해석 아닐까? 예술만이 아니다. 뉴턴 역시 우리가 위대한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생각하고 고민했던 과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 그들보다 더 먼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과 기계 모두 결국 과거 데이터와 정보를 재해석할 뿐이라면,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과연 존재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을 멀지 않은 미래를 앞두고, 인류가 꼭 해야 할 질문이다.
    기고자 :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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