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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pick] 그 시절 우리는 무섭도록 서로를 향해 잔인했네 외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2.08.0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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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옐로우재킷'

    1996년, 시애틀에서 열리는 주 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고교 여자 축구팀과 코치진을 태운 비행기가 캐나다의 험준한 산 속에 추락한다. 멋진 경기를 꿈꿨던 여고생들 앞에 펼쳐진 것은 아비규환의 지옥도. 구조대는 오지 않고, 이들은 늑대와 싸우며 얼어붙은 숲속에서 19개월을 견뎌 살아남았다. 25년 뒤, 생존자들을 향해 그때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압박해온다. 살아남은 자들의 삶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극한 상황에서 사람의 본성은 바닥을 드러낸다. 충격적인 도입부에서 시청자들은 여고생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끔찍한 비밀의 일부를 먼저 엿보게 된다. 사고 당시의 이야기는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본능적 잔인함과 야만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소설 '파리대왕'(1954)의 여고생 버전 같다. 생존자들의 현재가 과거와 교차하며 진실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져 간다. 그 시절 우리는 가끔 웃음이 날 만큼 어설펐고, 또 가끔은 무섭도록 서로를 향해 잔인했다. 어린 시절의 본성은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또 다른 생존 투쟁으로 25년을 버텨낸 지금 어른들의 얼굴에도 배어나온다. 드라마는 단순한 재난 공포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성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가 된다.

    올해 미 방송 최고 권위의 에미상 7개 부문 후보. 작품·감독·각본·여우조연 등 부문에서 '오징어게임'의 경쟁작이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지수 100%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다.

    클래식 '피아니스트 이혁'

    지난해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자인 피아니스트 이혁의 독주회가 4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다. 현재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이혁은 2012년 모스크바 청소년 쇼팽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16년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우승, 2018년 하마마쓰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 작품번호 118번, 버르토크의 피아노 모음곡 '야외에서(Out of Doors)',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등을 들려준다.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제목인 '베르히만 아일랜드'는 실제로 스웨덴의 전설적 영화감독이 타계할 때까지 머물면서 숱한 걸작을 촬영했던 포뢰 섬을 일컫는 말. 극 중 영화감독인 토니(팀 로스)와 크리스(비키 크립스) 커플은 각자 새로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이 섬으로 향한다. '영화에 대한 영화'의 성격이 강하지만, 연출과 각본을 맡은 프랑스 출신의 여성 감독이자 배우 미아 한센 뢰베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작품과 영화가 포개지는 후반부는 열린 결말에 가깝지만 그렇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연극 '터칭 더 보이드'

    무대는 비탈진 빙벽처럼 꾸며져 있다. 주인공 조는 동료 사이먼과 해발 6344m 안데스산맥 시울라 그란데 정상에 오르지만 하산 중에 다리가 부러지고 홀로 크레바스로 추락한다. 1985년 일어난 실화를 재구성한 이 연극은 극한의 절망 앞에서 삶을 향한 투지에 주목한다. 등반 기술 중 으뜸은 역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다. 크레바스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입체 음향 시스템으로 실감을 더했다. 눈발까지 시원한 연극이다. 신성민 김선호 정환 이진희 등 출연. 김동연 연출로 9월 18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에서도 유령 취급을 받는 고교생 수현이 교복 입은 귀신 3명을 만나고 리틀 농구대회에 참가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배우들은 농구 훈련부터 했다고. 무대에서 농구공은 춤이 되고 노래가 된다. 이 뮤지컬은 농구장을 닮은 세트부터 배역의 구성, 안무, 이야기와 주제까지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말하자면 고효율 농구다. '구조신호' '이제 와서 미안해' '농구 한 판' 등 음악도 뭉클하다. 박해림이 이야기를 짓고 황예슬이 곡을 붙였다. 8월 28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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