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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통 분담하는 '담대한 노동 개혁' 시급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행일 : 2022.08.01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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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파업이 끝났다. 51일 동안 원청 사업장을 마비시킨 불법 점거였지만, 정부는 늦게나마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노사에 대한 조정과 설득이란 행동을 통해 해결 과정에서 적절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왜 51일을 기다렸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노사 자율로 풀기를 기다렸다 해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행동했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프로그램도 적절한 시점에 꼭 필요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노동 개혁이 숙제이긴 하지만 가급적 미루고 싶어 하는 눈치이다. 현재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동 개혁의 목표와 추진 방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우선 인수위 시절부터 노동 개혁이 국정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조직적인 지지표를 가진 노동계가 노동 개혁이란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부처 수준의 평이한 국정 과제들을 노동정책으로 정리한 모양새를 낳았다. 부처를 넘어서 대통령과 새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로 부각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초고령화, 비정규직 문제, 사회보험 개혁을 건드리는 킹핀(king pin)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 확산이란 세부 정책들만 과도하게 강조되고, 그나마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는 방법들은 하반기에 연구회를 통해 내놓겠다는 안이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가 부족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데 시간만 흘러갈 것이 자명하다.

    국민들이 느끼는 혼동과 우려를 불식하려면 노동 개혁에 대한 단편적이고 산만한 접근 방식을 정리하고 큰 물길을 잡아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개혁은 왜 해야 하는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초고령화 위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고령화로 가는 길에서 결국 모두가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 은퇴를 미루고 늦게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연금액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도 피크 임금보다 낮추어 더 일하는 데 동의해야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협조할 수 있다.

    다음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폐해 때문이다. 대우조선 사내 하청 파업과 같은 노사 및 노노 공멸의 갈등 상황은 빈발할 수밖에 없다. 사내 하도급은 누구나 책임을 회피하기 쉬우나 갈등은 증폭되는 계약 질서이다.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라는 상식이 비교적 쉽게 적용되면서 원·하청 간 부당한 격차를 줄여 나가려면 임금 체계 개편과 더불어 주요 산업에서의 기간제나 파견 고용 활용 방식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모두를 직접 평생 고용하라는 이념으로는 경쟁에 지친 기업들을 설득할 수 없기에 이념적으로 덜 나쁘고 현실적으로는 더 나은 대안에 타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편적이지만 효율적인 사회적 보호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과 자영업자는 근로자성을 따지기 어려워 결국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소득 중심으로 사회보험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 바닥난 보험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공무원을 포함한 사회보험 통합과 역할이 겹치는 관련 공공 서비스 조직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노동 개혁은 과감한 타협을 통해 고통과 비용을 분담해야 하고 정부는 물꼬를 트는 임팩트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연구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할 게 아니라 이미 연구된 것을 취사선택하고 당사자들 간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기고자 :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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