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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승, 그후 9년… 초청선수로 참가해 2회전 진출

영국인들에게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35·세계 52위)는 애증의 존재다. 안방에서 열리는 최고(最古)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에서 2013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7년 만에 테니스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영웅이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22세의 어린 나이에 자서전을 내 "경기 전엔 성관계를 가져야 힘이 난다"고 했다가 경솔하다는 비판에 시달리는가 하면 '서자' 출신으로 겪은 설움을 가감 없이 토로해 영국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영국 주류인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과거 한 TV 쇼에 출연해 '마음속 조국이 영국이냐 스코틀랜드냐'라는 질문을 받고 "내가 잘할 때는 사람들이 영국인 대우를 해주지만, 못하면 스코틀랜드인이라 비난한다"고 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잉글랜드와 맞붙는 모든 나라를 응원한다"고 말해 맹비난을 받았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 앞에 쉽게 눈물을 보이는 이 남자를 "울보"라며 미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28일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 코트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부상을 딛고 다시 한번 윔블던 무대로 돌아온 스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초 코로나에 확진되고 사타구니 부근에 부상을 입으며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머리는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메르세데스컵(슈투트가르트 오픈)에서 복부 부상을 입는 바람에 윔블던 직전 잔디 코트에서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퀸스클럽 챔피언십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윔블던 잔디 위에 모습을 드러낸 머리의 플레이는 그의 몸 상태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머리는 호주의 제임스 덕워스(30·세계 74위)를 세트스코어 3대1(4-6 6-3 6-2 6-4)로 누르고 2회전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 서브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첫 세트를 내줬지만 이내 자기 리듬을 찾았다. 서브에이스도 16개를 기록하며 덕워스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범실도 14개에 그쳤다. 머리는 경기 후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주어진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보다는 다음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복근은 이제 완전히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다.

2010년대 로저 페더러(40·세계 97위), 라파엘 나달(36·세계 4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계 3위)와 함께 4강 시대를 구축한 머리는 늘 라이벌의 그늘에 머물렀다. 만년 2위에 머물다 29세이던 2016년에야 당시 1위인 조코비치를 꺾고 7년여 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영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허리와 고관절 부상으로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오르며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와 잦은 부상으로 은퇴설이 돌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권순우(24·세계 81위)는 27일 톱시드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조코비치와의 맞대결에서 1대3(3-6 6-3 3-6 4-6)으로 패하며 커리어 두 번째 윔블던 2회전 진출이 좌절됐다. 권순우는 1세트부터 날카로운 각도의 서브와 주무기인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드롭샷 등 공격적인 변칙 플레이를 펼쳤다. 조코비치를 상대로 29개 범실을 유도했다.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를 따내며 선전하던 권순우는 3, 4세트 접어들며 조코비치의 백핸드가 살아나고 리턴 게임에서 밀리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권순우는 수준 높은 테니스를 했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깔끔한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와 베이스라인 가까이 떨어지는 샷을 날리는 그를 이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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