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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가 내년도 달력 제작을 위해 인쇄업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종이 값도 뛰어 차질을 빚고 있답니다. 물가 상승률이 1%도 안 되던 작년 4월에 인쇄업체와 2년 치 달력 제작을 계약했는데,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가 5%대로 치솟고 펄프 가격이 폭등해 인쇄업체가 큰 손해를 입을 처지라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6월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1톤당 970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 1월(675달러)보다 무려 43.7%나 뛰었습니다. 인쇄업체에서는 물가 상승을 반영해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협 측에서 달력 제작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으면 달력 수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은행권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듯합니다. 매년 연말이면 판촉용으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금융회사 달력도 올 연말에는 구경하기 어려워질 듯싶습니다. 신협의 경우 달력만이 아니라 내년 가계부 제작 계약을 맺은 인쇄업체도 종이 값이 뛰었다며 재계약을 요청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종이 값만 뛴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납품 단가와 관련된 계약 분쟁이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이런 상황을 포착한 대형 로펌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예컨대,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1일 발행한 뉴스레터에서 "여러 사업 현장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 문제가 중대한 현안으로 부상했다"면서 "외국 사례를 면밀히 분석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법리 개발에 착수했으니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법원은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한 계약 금액 조정을 쉽게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고물가 상황이 계속된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홍보에 나선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다양한 충격과 분쟁을 만들어 낼 듯합니다. 힘든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정부도, 기업도, 국민들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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