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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案에 경찰 반발
일단락 될까, 더 커질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안이 "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통해 행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과거 여러 정부에서는 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치안비서관 등을 통해 경찰을 직접 지휘했었다는 것이다. 그는 "역대 정부는 (경찰을 지휘할 때) 행안부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을 폐지해 대통령실이 경찰을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만큼, 경찰 업무를 맡는 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에게는 경찰을 지휘·감독할 아무런 조직이 없게 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또 "국민 여러분들이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수사와 정보 분야는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는 체제에서 행안부마저 경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장관 발표를 약 3시간 앞두고 행안부 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통제·관리 방안을 발표한 뒤인 지난 23일까지만 해도 "청장의 업무나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용퇴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27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 통제안 발표' 3시간 전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 주말 이 장관과 김 청장 간의 전화 통화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안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 김 청장은 이 장관과의 면담을 타진했다가 주말인 지난 25일 오후 이 장관과 58분쯤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 통화에서 두 사람은 '행안부 내 경찰 업무 조직 신설' 등 이 장관이 27일 직접 발표할 내용을 놓고 장시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청장은 1991년 제정된 경찰법의 배경을 설명하고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장관은 경찰권이 비대해진 상황,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실이 없는 상황을 거론하며 '경찰국'(가칭)으로 알려진 '경찰 업무조직'의 신속한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김 청장은 재차 "경찰 내부의 여론을 들어서 속도를 천천히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행안부는 지난 26일 오전 10시 54분, 기자단에 긴급 공지를 통해 "장관이 직접 27일 오전 11시에 브리핑을 한다"고 밝혔다. "속도 조절을 해달라"는 김 청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이상민 장관 브리핑 3시간 전인 27일 오전 8시, 김 청장은 지휘부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이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알리며 사의(辭意)를 밝혔다. 이어 오전 8시 30분쯤 경찰청은 기자단에 그 사실을 공지했다. 이 장관 브리핑 직후 김 청장은 사퇴입장문을 읽는 기자회견을 한 뒤 퇴근했다. 김 청장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반차를 낸 김 청장은 다음 날부터 사표 처리가 될 때까지 연가를 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27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표가 제출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김 청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 청장이 임기를 불과 20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는데 하필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원 부서 신설 관련 기자간담회 이후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경찰 지원국을 훼방 놓고 자기가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김윤주 기자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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