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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코리아 송승헌 신임 대표
25세 MIT박사,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는 민간에 맡겨도 돼＂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큰 산업이고, 성장을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임에 틀림없어요. 하지만 이미 승자와 패자 구도가 갈려 있고, 전후방 산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대부분입니다. 정부는 특별히 발목만 잡지 않으면 돼요."

맥킨지코리아 송승헌(52·사진)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주력 전략 산업으로 선정한 데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말했다. 그는 "한국은 더 이상 저비용 국가가 아니어서 공장을 더 지어 경쟁력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며 제조에서 서비스로, 무형자산을 성장시키는 것만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전략적 관심이 필요한 분야는 바이오, 더 크게 보면 '건강(Health)' 관련 산업"이라고 했다.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를 넘어서 정신적·사회적 건강까지 확장하면 건강이라는 테마로 새로운 산업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업체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성공 사례가 있다고 해서 바이오 산업마저 제조업 관점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 CEO들은 "CEO라기보단 COO(최고운영책임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유의 재벌 기업 문화 때문에 짧은 임기와 적은 권한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분쟁 등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사안들의 발생 빈도가 더 빨라지고 파급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CEO의 복합적인 의사결정도 더 빨라야 한다"면서 CEO가 책임 경영하기 힘든 한국적 특수성을 깨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경영학이나 컨설팅과는 무관했다.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세계 최고 공과대학인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스물다섯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연구소에서 6년간 메모리 반도체와 나노 공정을 연구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경영 컨설팅으로 '궤도 이탈'을 하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만난 외국계 IB(투자은행)와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멋진 슈트에 커프스링크를 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인 본인과는 완전 딴 세상 사람들 같았던 것이다. 이들에게 처음 듣게 된 이름이 바로 맥킨지였다. "전공도 배경도 묻지 않는다는 'Why limit yourself?(왜 스스로 제약을 두나)'라는 채용 문구를 접하고는 새로운 세상을 봤어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물리학인지는 몰라도, 이런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모르고 죽었다면 너무 억울했을 것 같습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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