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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우주 독립, 외교가 나설 차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발행일 : 2022.06.24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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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발사대에 서있던 러시아 소유스 우주로켓에서 태극기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우주산업에서는 관례로 탑재 위성 제작 국가의 국기를 로켓에 붙인다. 당시 로켓에는 위성을 만든 영국 원웹의 이사회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여섯 나라의 국기가 붙어 있었으나 나중에 러시아가 중립 입장인 인도를 빼고 모두 흰 테이프로 가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반발하며 러시아가 위성 발사를 거부한 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동체에 태극기가 선명하게 달린 국산 첫 우주로켓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갔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위성 자력 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며 "자력 발사는 우주 독립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제 우리도 우주 독립국이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지금으로선 누리호가 당초 목표한 1.5톤급 실용 위성은 발사할 수 없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자국 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다른 나라 로켓으로 발사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위성이 우주 공간에서 위치를 잡을 때 쓰는 핵심 부품인 미국산 자이로스코프가 대표적 ITAR 제한 품목이다. 말하자면 어렵사리 자동차를 개발했는데 사람을 태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누리호는 내년부터 4회 더 발사되는데 모두 상용 위성에 못 미치는 작은 위성만 싣는다.

    결국 진정한 우주 독립국이 되려면 모든 위성 부품을 자체 개발하거나 아니면 하루빨리 미국으로부터 ITAR 예외 국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갈수록 발전하는 우주산업에서 완전 국산화는 불가능하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편이 더 빠른 길이다.

    우주학계에서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ITAR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다시 ITAR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우주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주면 미국도 우방인 한국이 어렵게 확보한 우주발사체를 쓸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미국은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출범 이전에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주요 8국은 ITAR 예외로 인정한다. 일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단 우주발사체를 가져야 협상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최근 우주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국방부와 외교부도 ITAR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정부가 과학 외교로 누리호를 받쳐줄 때이다.
    기고자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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