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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확보냐, 암각화냐"… 울산의 고민 재점화

    김주영 기자

    발행일 : 2022.06.24 / 영남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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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 "시민들 맑은 물 마실 권리가 우선"

    "물이냐, 암각화냐".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 해법을 놓고 울산이 다시 시끄럽다. 반구대 침수의 원인이 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1급수인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끌어 와 식수 중 일부로 쓴다는 계획이 최근 "시민 물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빠지면서다.

    김두겸<사진> 울산시장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맑은 물 확보가 안 되면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에 발을 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본지에 "운문댐 물을 공급한다 해도 관로공사에 2500억원의 예산이 들고, 시일도 너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수문 설치부터 했다가 맑은 물 공급이 안 되면 울산 시민들이 맑은 물을 먹을 권리만 잃게 된다"고 사연댐 수문 설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법을 둘러싼 공방은 20년쯤 전 시작됐다. 암각화가 울산의 식수원(食水原)인 사연댐 상류에 있어 침수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면서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고 수위 60m인 사연댐에 물이 찰 때마다 높이 53m부터 위로 새겨져 있는 암각화의 침수가 반복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2.5m, 너비 9m 바위벽에 귀신고래, 호랑이, 사슴 등 약 300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배를 타고 고래를 잡거나 벌거벗고 춤추거나 피리 부는 사람 등 5000~7000년 전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시기의 생활상이 담겼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반구대 암각화의 경제적 가치는 2009년 기준 연간 4926억원으로 국내 문화재 중 최고"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문화재청이나 지역 문화 관련 단체 등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냈다. 울산시와 정부는 2000년부터 보존 방안 마련에 들어가 반구대 앞에 생태제방을 쌓는 안부터 투명 물막이댐인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는 안까지 다양한 방안이 나왔지만 모두 실패하거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울산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2014년부터 사연댐 수위를 48m 높이로 낮춰 유지했다. 수위를 낮춘 만큼 모자라는 원수량을 오염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수질도 좋지 않은 낙동강 하류에서 충당했다. 지난 2014~2019년 6년간 울산시가 낙동강에서 추가 취수한 원수는 연평균 823만t가량이다. 이로 인해 울산 시민이 낸 원수 비용과 물이용부담금은 연간 30여 억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수위 조절을 해도 암각화가 연평균 42일간 물에 잠긴다는 점이었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과 정부가 과거 문화재청이 최적의 보존안이라고 주장해 온 사연댐 수문 설치안을 추진했다. 당시 울산시 관계자는 "수문을 설치하면 폭우 등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며 수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사연댐 원수 공급량을 하루 18만t에서 13만1000t으로 4만9000t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울산시와 정부는 줄어든 사연댐 원수량만큼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공급받겠단 계획을 내놨다. 이는 평소 운문댐 물을 끌어다 쓰는 대구의 동의가 필요했다. 지난 4월 경북 구미의 해평취수장을 대구와 구미가 함께 식수원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안에 합의하면서 대구가 운문댐 물을 울산에 나눠주는 방안의 실마리가 찾아지는 듯했다. 강봉원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특임교수는 "수십 년간 논의 끝에 암각화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문 설치를 통한 수위 조절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논란을 반복하느라 시간을 끄는 사이 암각화는 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관련 3개 지역 단체장이 모두 바뀌고 "운문댐 물 공급이 언제될지 백년하청(百年河淸)이고 막대한 세금 들여 가며 수질이 나쁜 낙동강물을 먹어야 하는 건 시민들의 맑은 물 마실 권리에 대한 침해"라는 지역 여론이 일면서 '물이냐 암각화냐'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인은 "시의회와 협의도 안 된 사항"이라며 해평취수장 공동 사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여론도 출렁이고 있다. 울산 남구에 사는 최정민(52)씨는 "암각화 보존한다며 깨끗한 물은 못 먹게 하고, 그보다 못한 낙동강 원수는 우리 돈 주고 사 먹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울산시장 당선인도 "국보는 나라의 보물인데 국가기관인 환경부는 물 문제를 두고 '지자체끼리 협의하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며 "울산시가 문화재청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공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반구대 암각화
    기고자 :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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