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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많을땐 주60시간 몰아서 근무해도 된다

    곽래건 기자

    발행일 : 2022.06.24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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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정부 노동개혁 시동

    정부가 23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의 핵심은 '주 52시간제' 개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본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규정하고, 근로자 동의 아래 주당 12시간의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 구상은 주당 12시간으로 돼 있는 주당 연장 근로 한도를 '4주 48시간'이나 '월 52시간' 등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연장 근로 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계속 유지됐다. 전체 근로시간(기본근로시간+연장근로시간) 제도가 주 56시간제, 주 68시간제, 주 52시간제 등으로 계속 변해왔지만 '주 12시간 연장 근로 한도'는 한 번도 손보지 않았다. 정부가 70년 만에 이에 손을 대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주일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함으로써 주중에 연장 근로 한도를 다 채운 근로자들은 갑자기 일이 생겨도 수당이 많은 휴일 특근, 추가 야근 등을 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갑자기 들어온 주문에 대응할 수 없고, 근로자들은 특근 수당을 못 받게 돼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연장 근로 한도를 4주 48시간으로 바꾸면, 월~금요일에 연장근로시간을 다 채운 근로자도 주말 특근을 하고, 다음 주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앞의 2주 동안 주 60시간을 일했다면 뒤의 2주는 주 44시간 이내로 일하면 되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주에 연장 근로를 하지 않으면 특정 주에 80시간 이상 근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근로자를 혹사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주 52시간제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이고, 허무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연장 근로 한도를 월 단위로 적용하려면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특히 근로자 보호를 위해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을 꼭 쉬도록 하는 조항을 두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특정 주에 무제한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 건강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가 반드시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장 근로나 휴일 근로는 원래 임금의 150~200%를 줘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들도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특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52시간 이내이기만 하면 되는 탄력 근로제와 선택적 근로제 등을 52시간제 보완 대책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미리 근로 시간을 계획해야 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정부는 현재 최대 1개월(연구직은 3개월)인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도 확대할 방침이다. 연장 근로 기간 확대로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곳을 위한 조치다. 주요 선진국들도 주 단위 근로시간 관리 방식보다 노사 합의에 의한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 미국은 연장 근로 한도가 없고, 일본은 월 45시간이나 연 360시간 이내에서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임금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호봉제 등 연공급(年功給) 임금 체계는 미국·유럽 등 서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인 이상 기업 중 55.5%가, 1000인 이상 기업 중 70.3%가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근속 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2.87배에 달한다. 유럽연합(EU) 평균 1.65배 수준보다 훨씬 높다.

    다만 임금 체계 개편은 노사가 협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대해 임금 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 내용이 다소 미흡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 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 체계 개편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대체 근로 금지, 부당 노동 행위와 사업장 점거에 대한 처벌 등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해고 완화 등의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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