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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행정관, 해경청장 말 안듣자… 수사국장 찾아가 감당할 수 있냐며 압박"

    이세영 기자 유종헌 기자 강우량 기자

    발행일 : 2022.06.24 / 종합 A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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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진월북 결론 종용' 증언 나와
    "친문의원 보좌관 출신 靑행정관, 수사국장에 수차례 전화해 고함"
    담당국장 3개월뒤 치안감 승진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해 해경이 청와대 지침에 따라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하기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A 행정관이 해경 수사정보국장을 찾아와 "청와대 지시를 무시하고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는 증언이 23일 나왔다. 문재인 청와대가 해경에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지침만 내린 게 아니라 수사 책임자를 직접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A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친문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해경을 관할하며 해경 간부들 사이에서 '해경 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행정관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당시 김홍희 해경청장에게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이틀 뒤 해경이 "자진 월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첫 수사 발표를 한 직후였다고 한다. 김 청장이 일부 참모와 회의를 열었지만 청와대 지침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자 A 행정관이 직접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을 찾아왔다고 당시 해경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A 행정관이 윤 국장에게 '청와대 지침을 무시하고도 감당할 수 있겠나'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강하게 압박했다"고 말했다. 마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에서 산업부 장관이 '원전 가동 연장'을 보고한 부하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라고 했다는 것과 닮은꼴이다.

    해경은 서해 공무원 사건 첫 수사 발표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가, 불과 닷새 만에 윤 국장이 직접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정적 결론을 내놨다. A 행정관이 윤 국장을 직접 만난 뒤 발표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후에도 A 행정관은 윤 국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 내용을 논의했다고 한다. 해경 전직 간부는 "윤 국장이 차를 타고 가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A 행정관이 고함을 치며 부하 직원 다루듯 수사 내용을 물어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해경 수사 라인은 '자진 월북' 발표를 한 뒤 줄줄이 승진했다. 윤 국장은 사건 3개월 뒤 치안감 승진과 함께 해경 내 주요 보직인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됐다. 당시 윤 국장은 계급 정년에 걸려 1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윤 국장은 경무관 시절 감사원 감사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뜻밖에 승진했다"면서 "윤 국장 입장에선 A 행정관의 압박이 달콤한 제안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당시 이 사건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과장급 3명도 승진하거나 좋은 보직으로 옮겼다.

    최근 해경은 '자진 월북' 결론을 철회했다. 해경은 지난 16일 "1년 9개월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지만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정봉훈 현 해경청장도 지난 22일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자진 월북 지침' 의혹으로 수사하고 있다.

    본지는 A 전 행정관과 윤 전 국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다. 김 전 청장은 "수사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했다. 나머지 해경 간부들은 '수사에 관여한 적 없다'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고자 : 이세영 기자 유종헌 기자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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