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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결재 안된 인사발표 말 안돼"… 경찰은 "관행"

    최경운 기자 이해인 기자

    발행일 : 2022.06.24 / 종합 A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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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안감 인사번복 사태 '3대 쟁점' 논란 증폭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찰이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새로 고쳐 발표한 데 대해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하면서 행정안전부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권자인 자신이 결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최종안과 내용이 다른 경찰 자체 인사안이 발표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경위를 두고 행안부와 경찰청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①치안감 인사 결재 어떻게 이뤄졌나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임용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경찰 인사안 결재 시스템도 경찰에서 인사안을 올리면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결재하는 식으로 짜여 있다.

    지난 21일 오후 7시쯤 경찰은 내부망과 언론에 치안감 28자리 인사안을 공개했다. 그런데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이 "인사안이 잘못 나갔다"고 경찰청 인사과장에게 연락했고 경찰은 오후 9시 34분, 7자리가 바뀐 다른 인사안을 다시 발표했다. 이게 최종안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날 대통령 결재는 오후 10시에 났는데, 그전에 경찰이 행안부로부터 다시 받은 인사 최종안을 결재 시스템에 올렸고 행안부 장관이 이를 제청했다. 윤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가 번복된 적이 없다"고 한 것도 자신이 결재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친 최종안뿐이기 때문이다. 경찰 측 첫 발표가 잘못됐을 뿐 결재 시스템에 올라온 그대로 오후 10시에 결재했다는 것이다.

    ②초안 발표, 누구 책임인가

    그런데 21일 오후 7시에 발표된 인사 초안이 행안부(치안정책관)에서 경찰청(인사과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두고 경찰과 행안부 말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 15일 출국 전에 치안감 인사 최종안을 짜놨고 21일 귀국과 동시에 치안정책관에게 "대통령에게 결재받을 준비를 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안 사항인 최종안은 이 장관 컴퓨터에 보관돼 있었고 당시 공항에 있었던 이 장관은 이를 치안정책관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치안정책관이 경찰이 처음에 행안부에 올렸던 초안을 경찰청 인사과장에게 전달하면서 "대통령실에서도 최종안을 갖고 있으니 대통령실(인사비서관)과 협의해서 결재 기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행안부 측 설명이다. 그런데 경찰청이 대통령실과 협의하라는 행안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경찰은 이 사태 초기부터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보낸 걸 최종안인 줄 알고 발표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 22일 "21일 오후 6시 15분쯤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최종안이라고 통보받아 7시 12분쯤 발표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후 8시 38분에 치안정책관이 연락해와 '그 안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다'라고 알려왔고 이에 따라 다시 재공지를 하게 됐다"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본지에 "(행안부 내에서) 의사소통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22일 오후부터 행안부 등에서 '대통령실과 협의해 초안을 수정해 결재를 올리라는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 이후 경찰청은 이 부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23일 퇴근길에 대통령의 '국기 문란' 질책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거취에 대한 질문에 "거기에 대해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에 연연해서 청장의 업무를,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③대통령 결재 전 발표는 관행 맞나

    이상민 장관은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인사안을 공지해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재 전 발표'가 경찰 인사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입장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있을 때는 경찰과 청와대 민정, 행안부가 인사 협의를 사전에 마쳤고, 청와대 측에서 최종안을 경찰에 넘기면 '내정' 형태로 대통령 결재 전이라도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지역 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찰 인사의 특성상, 대통령 결재 전에 발표함으로써 시간적 여유를 주는 차원이다. 이달 초 있었던 치안정감 보직 인사도 내정자 발표가 먼저 있고 이틀 뒤쯤 최종 결재와 발령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안 발표 2~3시간 만에 대통령 결재가 이뤄진 이번 경우는 우리로선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결재하지 않은, 그것도 최종안과 내용이 다른 인사안을 먼저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더구나 새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마당에 대통령실과 협의도 안 거친 경찰이 인사 발표 관행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 논란이 된 치안감 인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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