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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갱년기… 일본, 국가 차원서 실태조사

    도쿄=성호철 특파원 도쿄=최은경 특파원

    발행일 : 2022.06.24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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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 질병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

    일본의 유명한 방송인 고조노 히로미(小園浩己·57)는 이달 중순 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수년째 겪고 있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남자는 갱년기 장애가 없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쉰 살 때 장애 진단을 받은 뒤 줄곧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남자라고 센 척하지 말고 증상 있으면 즉각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의 고백이 일본 사회에 화제가 되면서, 관련 기사에 일본 중년 남성들이 유사한 고통을 털어놓은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일본 사회가 남성 갱년기 장애를 중요한 사회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갱년기 장애를 사실상 여성의 질병으로만 치부하다 보니 남성 문제가 방치돼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자각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7일 발표한 갱년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성 갱년기 장애 의심 환자는 40대와 50대가 각각 8.2%와 14.3%에 달했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의심 환자 비율이 각각 28.3%와 38.3%였다.

    일본노동행정기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갱년기 장애 증상이 있는 45~59세 남녀 가운데 '심한 갱년기 탓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비율은 남성이 7.4%, 여성이 9.4%였다. 일본여자대학 연구진은 최근 3년간 갱년기 장애 증상 탓에 이직한 남성과 여성이 각각 11만명과 46만명에 달한다는 추산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 손실이 연간 6300억엔(약 6조5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올해부터 3년간 정밀 실태조사를 실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남성 갱년기 증상 중 하나는 이유 없이 초조하고 불안함을 느끼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다. 스스로 '우울증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잦은 소변과 수면 장애를 동반하는 동시에 남성 기능이 떨어진다. 단순 갱년기를 넘어 갱년기 장애 수준이 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주간지 프레지던트는 "남성 갱년기 장애는 본인이 자각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며 "방치하면 대사증후군, 치매, 노인성 우울,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질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남성 갱년기 장애 의심 환자들이 병원에 안 가는 이유는 이 질병이 남성성(性)이란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여성 질병'이란 사회 분위기가 강한 데다 갱년기 장애는 곧 성생활이 불가능한 남성이란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남성 갱년기 장애는 흔히 '나이 탓'을 하기 쉬운 증상이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 쉬운 특성도 있다.

    남성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서 찾아온다. 일본비뇨기과학회는 40~50대 남성의 경우 유리형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같은 연령의 평균치(각각 13.7pg/ml와 12pg/ml)보다 급감, 8.5pg/ml 미만일 때 남성 갱년기 장애로 본다. 중년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이 급감하는 원인은 불분명하다. 다만 '사회적 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은 사회적 성취와 주변의 기대, 좋은 인간 관계가 어우러질 때 왕성하게 분비되는 만큼, 회사 내 문제나 가족 간 소원한 관계와 같은 사회적 환경을 주요 요인으로 추정한다.

    일본남성건강학회는 남성 갱년기 장애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초기에 파악하면 처방은 의외로 단순하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2~4주에 한 번씩 근육 주사로 호르몬을 보충한다. 일본에선 보험이 적용돼 본인 부담금은 주사 1회당 750엔(약 7200원) 안팎이다.

    [그래픽] 남성 갱년기 체크 리스트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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