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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생존 위해 박쥐가 내는
초음파 흡수하는 날개 발달시켜…

나방의 날개를 모방한 벽지로 소리를 대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를 벽지로 간단하게 해결할 길이 열린 것이다.

영국 브리스틀대의 마크 홀더라이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A: 수리물리와 공학'에 "나방의 비늘을 인공물에 붙여도 소리를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방은 나비처럼 날개 표면에 비늘이 촘촘하게 붙어있다. 나방은 지난 6500만년 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천적인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흡수하는 비늘을 발달시켰다. 박쥐는 초음파 반사파를 감지해 먹이를 찾는데, 나방은 비늘 덕분에 박쥐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연구진은 나방 날개의 흡음 능력을 인공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알루미늄 판에 나방 날개 일부를 붙였다. 실험 결과 나방 날개는 단단한 표면 위에서 소리 에너지를 87%까지 흡수했다. 소리의 주파수나 진행 방향에도 상관없었다. 연구진은 "나방의 비늘은 두께가 흡수하는 소리의 파장보다 50분의 1 작다"며 "나방 날개 비늘을 모방한 초박막 흡음판은 건축 분야에서 엄청난 응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나 비행기, 기차도 나방 비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방 비늘을 모방한 흡음 필름을 붙이면 소음을 차단하느라 무거운 자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차량 무게가 줄면 연비가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나방 날개의 비늘은 박쥐가 내는 초음파 영역의 소리를 흡수한다. 홀더라이드 교수는 "앞으로 초박막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초음파보다 낮은 가청 영역의 주파수도 흡수할 수 있도록 인공 비늘을 설계하겠다"며 "언젠가 가정에서 나방의 소리 스텔스 위장술을 이용한 흡음 벽지로 벽을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고자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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