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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 '주의 단계' 진입 경고

한국은행이 22일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내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3월부터 '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FSI는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갖가지 실물·금융 지표로 산출한다. 8 이상 22 미만이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 단계다.

FSI는 작년 8월 0.9를 기록한 이후 9개월 연속으로 높아져 지난 5월에는 13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8.9를 기록하며 이때부터 '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은은 금융취약성지수(FVI)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FVI는 자산 가격 변화, 신용 축적도, 금융회사의 위기 복원 능력 등 3가지를 반영해 분기별로 산출한다. 올해 1분기 FVI는 52.6으로서 최근 15년 평균치(37.4)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중국의 봉쇄령과 같은 외부 위험이 여전하다고 우려하며, 내부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과 가계의 주택대출을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입힐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자영업자 대출 960조원이 '약한 고리'

우리나라 민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달한다.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친 개념인 민간신용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GDP 대비 219.4%에 이른다. 액수로는 가계 대출이 1859조4000억원, 기업 대출이 1609조원에 이른다.

한은은 올 들어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기업대출은 작년 1분기 대비 14.8%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했고,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은은 "기업 대출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숙박음식업에 집중돼 있고 제조업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분기 기준으로 960조7000억원인 자영업자 대출을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 이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늘어난 액수다. 그중 취약 대출자(다중 채무를 가진 자영업자 가운데 저소득자)의 대출(88조8000억원)은 같은 기간 30.6% 증가했다. 한은은 오는 9월 예정대로 채무상환 연기와 손실 보전금 지급이 끝날 경우 자영업자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금리가 매년 0.5%포인트씩 오르고 채무상환 연기와 손실 보전금이 없어진다면, 소득이 하위 30%인 저소득 자영업자의 DSR(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이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은은 "취약한 자영업자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회사는 상대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채무상환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채무 재조정, 폐업, 사업 전환 등을 지원해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대출 짊어진 가계 충격에 취약

주택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도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주택대출을 갖고 있는 가구들의 대출금은 전체 1859조4000억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67%인 약 1245조원에 이른다.

주택대출을 갖고 있는 가구의 LTI(소득 대비 부채 비율)는 작년 말 기준으로 346.4%로서 2019년 말(324.6%)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주택대출이 없는 가구의 LTI는 주택대출을 가진 가구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긴 해도 같은 기간 131.8%에서 152%로 역시 늘었다.

DSR은 작년 말 기준으로 주택대출이 있는 가구가 47.6%, 주택대출이 없는 가구는 25.9%다. 주택대출이 있는 가구는 평균적으로 연봉의 3.5배에 이르는 빚을 짊어지고 있으며, 연봉의 거의 절반을 대출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은은 "주택대출을 갖고 있는 가구는 소득이 줄거나 금리가 오를 때 충격에 취약하다"며 "빚을 갚기 위해 소비 축소, 자산 매도, 추가 차입을 해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LTV(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면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LTV가 7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은행은 1%에 불과하지만, 비은행의 경우 15%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DSR 규제를 유지한다면 가계대출 총량은 2021년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 금융불안지수(FSI) 추이

[그래픽] 금융취약성지수(FVI)

[그래픽] 주택대출 보유자와 미보유자의 부채비율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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