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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김주형, 첫 US오픈 출전기… 성적은 한국선수 최고 23위

"US오픈에 처음 나온 10대가 맞나요. 경기력도 대단하지만, 관중 호응을 이끌어내는 저 몸짓을 보세요. 경기를 제대로 즐기고 있군요~." 지난 20일 막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현지 방송 중계진은 스무 살 생일을 앞둔 '코리안 원더보이' 김주형의 경기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아시안 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US오픈에 처음 출전한 김주형은 대회 초반 "먼저 타수를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는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컷을 통과했다. 두 차례 PGA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뒤 처음 메이저 대회에서 본선에 합류했다.

그러고는 특유의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멋진 샷을 하고는 손을 귀에 대는 동작으로 팬의 환호성을 유도하곤 했다. US오픈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23위(3오버파 283타)로 대회를 마친 김주형은 보스턴에 머물며 다음 대회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주형은 22일 국제전화로 "다음 달 바람이 강한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 준비를 위해 내일 샌디에이고로 건너가 클럽 피팅을 하고 댈러스에서 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7월 7일부터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과 14일부터 열리는 메이저 대회 디오픈에 출전한다. 두 대회 모두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열린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은 올해 150주년을 맞은 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출전할 것으로 알려져 벌써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바닷가 링크스 코스는 처음이어서 낮은 탄도의 샷을 포함해서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형은 세계 랭킹 58위까지 올라 한국 선수 중 임성재(21위), 이경훈(43위), 김시우(57위)에 이어 네 번째다. 올해 연말 50위 이내에 들면 내년 마스터스에도 출전할 수 있다. 그는 다음 시즌 PGA투어 진출이 목표다.

21일 김주형은 스무 살 생일 파티를 했다. 부모님이 뜻밖에 요리책과 미키마우스 디자인의 국자를 선물했다. 그는 "요즘 탄수화물을 줄이고 계속 몸을 만드는 중인데 요리책을 보는 걸로 대리 만족을 하라는 뜻인 것 같다"며 웃었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김주형의 골프 준비는 지독하다. 매일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만들고 저녁이면 호텔에서 얼음찜질이나 얼음 목욕을 한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우즈가 얼음 목욕으로 몸의 부기를 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해보니 훈련 후 회복에 진짜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스캔들과 온갖 부상 등 어떤 환경에서도 최상의 골프를 보여주는 우즈를 동경한다. 많은 돈을 벌었어도 평범한 차를 타고 다니고 필드에선 마법 같은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주는 잰더 쇼플리(미국)와도 가깝다. 언제나 PGA 투어 경험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임성재를 형처럼 따른다.

US오픈은 김주형의 10대 시절 마지막 경기였다. 어떤 느낌이었을까? 김주형은 "첫날 1번 홀의 두근거림, 그리고 마지막 72번째 홀(4라운드 18번 홀)에서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보면서 감동했다"고 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티샷부터 퍼팅까지 얼마나 미세한 부분까지 능숙한가를 본 기회였다"며 "코스가 어려울수록 디테일에 강한 선수들이 살아남더라"고 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내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 얘기로 대회장이 어수선했다"면서도 "어릴 적부터 PGA투어 진출이 꿈이어서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바쁘게 오가는 골퍼의 삶은 어떤 것일까?

김주형은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옮겨 다녔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여기저기서 얻은 클럽을 조합해 티칭프로 출신인 아버지에게 배운 골프로 잡초보다 질긴 생명력을 키운 '골프 노마드(유목민)'다. 김주형은 "남들은 다른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지만, 나는 골프로 스트레스를 푼다"며 "골프를 마음껏 칠 수 있는 곳이 내겐 집과 같다"고 했다. 스무 살 김주형은 어떤 모습으로 또 한 단계 도약할지 궁금하다.

[그래픽] '무서운 스무살 골퍼' 김주형 기고자 : 민학수 기자
본문자수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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